[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은행권이 지난해 중단했던 대출을 재개하거나 한도를 늘리는 등 대출 빗장을 푸는 가운데 가계부채 관리를 강하게 밀어부치던 금융당국도 느슨한 태도로 보는 모양새다. 윤석열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 기조를 확실시하면서 작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대적인 대출 축소에 나섰던 시중은행들은 전세대출에 이어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의 빗장을 풀고 있다. 올 들어 가계대출 감소세가 계속되면서 대출을 틀어막을 이유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4일 기준 705조2932억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6441억원 줄었다. 1, 2월에 이어 이례적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출 규제 완화 공약에 따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사실상 폐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지난해와 달라진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어느 정도 푸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최근 시중은행들의 대출 재개 움직임에도 비교적 느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상당폭 꺾인 만큼 총량 규제 방향도 다소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은행들이 과거만큼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바꿔 말하면 대선 이후 고강도 대출 규제를 유지해온 금융당국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더불어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가계대출 관리를 총지휘했던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은행권의 행동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총량 규제 관리에 다소 여유가 생겨 대출 대상을 늘릴 수 있는 것 같다"면서도 "새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은행들이 당분간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출 문턱 낮추기를 이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속속 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창구.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