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당선인(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어렵사리 물꼬는 텄지만 이제 방향이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첫 회동을 한다. 회동은 정해진 의제 없이 진행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찬 회동은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19일 만에 이뤄진다. 역대 가장 늦은 회동으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가장 늦은 만남은 (노무현·이명박, 이명박·박근혜) 9일이었다.
이렇게 회동이 지연된 배경에는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여부와 함께 한국은행 차기 총재 지명, 공석인 감사위원 인선 등 인사권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한 탓이다. 여기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 격돌했다. 한은 총재 지명을 두고는 진실공방에 감정싸움까지 더해지면서 사상 유례없는 신구 권력 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때문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에서 해당 안건들이 테이블에 오를지가 관심사다.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고 전제를 달았으나, 결과물을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특히 윤 당선인이 추진 의사를 밝힌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집행 문제를 시급히 매듭짓기 위해선 청와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의 5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에 대해선 불가 입장으로 전해졌다. 추경의 경우 편성에서 제출까지 현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신구 권력 충돌의 2라운드 발화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7일 삼청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통해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이 의미 있으려면 유의미한 결실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선 늘 일관된 기조였다"며 "그런 점에서 결론을 도출하고, 자연스럽게 두 분이 국가적 현안과 과제를 이야기할 기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 과정에서 해당 의제들이 자연스럽게 오르더라도 이 문제들이 합의에 이를지 여부 역시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용산 이전 예비비 문제가 화요일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현재로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임기 내 50조원 추경 불가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추경은 재정 당국과 국회의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언급,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의제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사진=인수위 제공)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간 양측 협상 채널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나섰으나, 의제 조율을 두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청와대에서 "할 만큼 했다"는 반응까지 나왔고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 무산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 수석이 지난 25일 장 실장에게 조속한 회동을 제안하고 두 사람이 수차례 연락을 통해 일정을 조율, 정해진 의제 없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했다.
청와대와 인수위 측 얘기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윤 당선인과 만났으면 한다"는 입장을 윤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는 취지로 화답해 회동이 성사됐다.
양측이 표면적으로 '허심탄회한 대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는 하지만 감사원의 새 감사위원 제청 거부가 갈등 해법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공석인 감사위원 2명에 대한 인사권을 놓고 청와대는 "1명씩 선임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당선인 측은 나머지 1명에 대한 비토권을 주장했다. 나머지 1명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감사원 기조가 전면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지난 16일 단독 오찬 회동을 예정했지만 당일 오전 전격 취소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변인은 "지난번 윤 당선인의 즉석 인터뷰에서 감사위원을 포함한 인선 이야기가 있었지만 청와대 회동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씀드린 바가 있다"며 "회동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은 늘 열린 마음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드린다"고 이에 대한 공개 언급은 삼갔다.
무엇보다 유례없는 신구 권력 충돌로 비화되면서 회동 지연에 대한 양측의 부담감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다. 청와대로서는 권력 이양기에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윤 당선인으로서는 새 정부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에 전 정권과 갈등을 노출하는 모습이 부각될 경우 양측 모두에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컸다. 양측이 의제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빈손 회동에 그칠 경우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일정부분 의제에 대한 사전 교감을 이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여러 의제가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양측의 회동 성과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크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내일 회동에서 의제가 정리가 될 것 같지 않다. 의제라는 단어를 놓고 회담을 전망을 하거나 결과를 평가를 한다면 실패로 전망된다"며 "만나는 데 의의를 두고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형식적인 만남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