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한국은행 차기 총재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밖에 안 된다”고 반발했다.
장 실장은 23일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 마련된 ‘프레스다방’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이창용씨 어떠냐고 해서 '좋은 사람 같다'고 그랬다. 그게 끝이다. 그걸 가지고 당선인 측 얘길 들었다는 게 납득이 가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추천하는 상호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과 장 실장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위한 의제 조율을 하고 있는 채널이다.
장 실장은 아울러 “(한국은행 총재 지명)발표 10분 전에 (청와대에서)전화 와서 발표하겠다고 하길래 웃었다”며 “무슨 소리냐. 일방적으로 발표하시려면 그건 마음이니까 마음대로 하시라. 저희는 그런 분 추천하고 동의한 적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발표에 대한 윤 당선인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장 실장은 “웃으셨다”면서 “장제원 비서실장님, 뭐 추천을 했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여부와 관련해 장 실장은 “조건없이 만나자고 하면서도 용산으로 옮기겠다고 하는 건 공개적으로 청와대에서 반대했다”며 “만나지 않겠다는 뜻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두 분이 만나서 얼굴을 붉히고 나오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진다”며 “참 안타깝고 청와대가 왜 이렇게 진정성 있게 얘기를 안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한국은행 차기 총재 지명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과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 자세한 사항은 답변드리기 곤란하지만 한국은향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 이주열 총재는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된다.
그간 윤 당선인 측은 한국은행 차기 총재와 감사위원 등의 인사에 있어 사전협의를 요청했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두 사안에 대한 의제 조율에 실패하면서 지난 16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단독 오찬 회동이 무산된 바 있다. 여기에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양측의 갈등만 심화됐다. 청와대는 안보 공백을 이유로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에 난색을 표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