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청부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 진상조사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전·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가진 공수처는 이번 의혹 관련 고소·고발장이 접수되면 해당 사건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6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4명(윤 전 총장, 손준성 차장검사, 한동훈 검사장,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에 대한 5가지 혐의는 모두 공모공동정범 관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윤 전 총장이 지난해 재직 당시 4월 총선을 앞두고 최측근인 손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등을 통해 야당에 여권 정치인 등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보도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과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 등 여권 정치인들이 개입해 윤 전 총장과 김씨, 한동훈 검사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장에 적시된 접수처는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 공공수사부’다.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피해 윤 전 총장 지휘 영역이었던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보낸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일반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 담당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개정법 시행 전이었고, 대검에 접수된 고발장은 일선청에 배당되기 전 검찰총장 승인을 받는다.
이 사건의 키는 ‘판결문 열람기록’에 있다. 실명 판결문은 당사자 외 현직 판·검사만 열람할 수 있는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한 열람 기록이 전산망에 남는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고발장은 여권 인사 3명과 ‘검언유착’이라 불린 사건 ‘제보자X’ 지모씨, 언론관계자 7명 등이 공모해 지난해 4월 총선에 영향을 주는 보도를 하고 한 검사장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작성됐다. 이후 최강욱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을 기재한 추가 고발장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첨부된 판결문에는 '제보자X' 지씨의 과거 범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판결문 첨부 파일 위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발신인이 손 차장검사라는 의혹이다.
범죄 사실이 포함된 고발장이나 실명이 담긴 판결문을 당사자 동의 없이 외부에 유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해당된다는 것이 법조계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대검 감찰부에서 해당 ‘판결문 열람기록’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시간을 많이 끌면 안 되는 사안인 만큼 공수처 수사 이전에 검찰에서 관련 증거들(손 차장검사 사무실 PC 등)을 확보해 이미 (비공개로) 손 차장검사 소환 조사까지 들어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 유출자가 (손 검사라는 게) 확인된다면 그는 징계를 넘어 기소를 거쳐 실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판결문 열람기록에 손 차장검사 기록이 조회됐거나 확인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상자가 현직 검사라는 점에서 다음 수순은 공수처 수사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손 차장검사의 휴대폰 기록을 확인하려면 공수처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다. 시민단체가 관련 의혹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이 사건은 대검 감찰을 넘어 공수처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왼쪽)윤석열 전 검찰총장, (오른쪽)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