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자가 여성 2명을 살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그는 10대 때부터 강도강간·절도·성폭력 등 총 14회 처벌전력이 있는 자로 법무부가 관리하는 '집중대상자'였다.
논란이 커지며 법무부가 후속 대책과 재범 방지를 위한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30일 오전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전자장치 훼손·도주 살인 사건’ 경과를 설명하고 재범 억제 방안을 발표했다.
경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화장품 판매원 강모(56)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이틀만인 29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도주 일주일 전 쯤 여성 1명을 살해했고, 도주한 뒤 또 다른 여성 1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강씨는 10대 때부터 강도강간·절도·성폭력 등 총 14회 처벌전력이 있으며 이 중 2회는 성폭력 전력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강씨의 범죄 경력과 범죄 수법 및 간격 등을 평가해 그를 ‘집중 대상자’로 분류했다. ‘집중 대상자’는 말 그대로 보호관찰소의 집중적 관리·감독을 받는 자다. 다만, 강씨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가 아니라서 지역 주민들 인근 거주 여부 및 전과 등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보호관찰소는 강씨 주거지 등을 12회 불시방문하고 일상 생활패턴과 다른 이동경로를 보일 경우 17회 통신지도 및 18회 이동경로 점검 등을 통해 관리·감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씨는 지난 5월 가출소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인 6월과 8월에 야간외출제한명령(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외출 제한)을 두 차례 어기고, 급기야 지난 27일 오후 5시31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 27일을 전후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보호관찰소 전자감독 기간 중 살인 사건이 발생한 만큼 법무부 책임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이날 전자장치 견고성을 개선하고 감독 인력 충원 등 재범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전자장치 견고성 개선 등 훼손 방지 대책 마련 △전자발찌 훼손 이후 신속한 검거를 위한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체계 개선 △재범위험성 정도에 따른 지도감독 차별화 및 처벌 강화 △내실 있는 지도감독 및 원활한 수사 처리 등을 위한 인력 확충 노력 등 4가지 대책이 담겼다.
이 같은 개선안은 이전 재범 방지 대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개선은 예산이 수반되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려운 작업”이라며 “예산 협의가 진행 중이므로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서 전자발찌 개선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 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5년간 인력을 증원했다”면서 “부처에서도 전자감독 업무 시급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인력 예산 관련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전자감독 대상자가 2016년 2696명에서 지난해 4026명까지 증가한 상황에 같은 기간 전자감독 인력을 141명에서 211명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올해 7월 기준 전자감독 대상자는 4847명이며 감독 인력은 281명이다. 1인당 약 17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2008년 전자장치 부착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범죄자는 152명에 달한다. 이 중 2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 전 피해자와 국민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