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자기자본 없이 얻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2000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김동현)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350억원을 선고하며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라젠 대표이사이자 대주주로서 자금 돌리기 방식에 의한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주도해 신라젠과 시장에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야기했다”며 “피고인은 신주인수권 행사로 얻은 주식을 처분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음에도 회사 발전을 위해 기여한 사람에게 지급돼야 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마저 개인 이익 추구를 위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뒤 매각 차익 중 38억원 가량을 돌려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부당이득액은 1918억원이 아닌 350억원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문 전 대표 등이 취한 부당이득을 1918억원으로 보고 문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2000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지금 BW 가액과 그 당시 시가차익으로 계산해 19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사건은 BW 발행한 것을 인수해 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므로 그 당시 가액인 350억원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및 BW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에서 유죄로 인정되는 손해액은 350억원이라는 것이다.
또 문 전 대표 등이 특허 대금을 30억원으로 부풀려 신라젠에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판단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75억원을, 페이퍼컴퍼니 실사주 조모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75억원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이용한 전 대표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신라젠 창업주이자 특허대금 관련사 대표 황태호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문 전 대표 등은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를 통해 DB금융투자에서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 BW를 인수한 뒤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1918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 전 대표는 신라젠 스톡옵션을 받을 자격이 없는 자신의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 이들이 스톡옵션 행사로 받은 38억원 가량을 현금 등으로 돌려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 2013년 4월 신약 개발 관련 특허권을 넘겨받을 때 매수대금을 7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부풀려 지급해 신라젠에 29억3000만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있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가 지난해 5월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