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초임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로펌 대표변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경찰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이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수는 있지만, 성범죄의 경우 적어도 수사기관이 피해사실 존재 자체는 확인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피해자 A씨 측을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검찰의 판단'을 담은 '최종 불기소 처분'을 해달라는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성범죄의 경우 수사기관이 수사 결과를 통해 피해사실이 있음을 확인해주지 않으면 피해자가 입은 피해가 존재하는지조차 인정받을 수가 없는 특수성이 있다"며 "우리 수사기관은 성범죄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 그대로 수사를 종결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면서 피해자에게 수사 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피해자들이 호소한 피해사실의 진위마저 의심받으며 마치 억울한 피의자를 죽게 만든 것처럼 호도되고,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 배상을 받기도 어려운 지경에 내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런 이유로 향후 발생 가능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경찰에 수사 결과를 알려줄 것을 강하게 촉구했고, 그 결과 이 사건 수사 결과를 기재한 불송치 결정문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에는 피의자 대표변호사 B씨와 A씨 간 문자 메시지 내용을 비롯해 동료 등 주변인들이 A씨에게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들었다고 진술한 내용, A씨가 지인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토로한 정황 등이 담겼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총 21회 심리 상담을 받았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병명으로 6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B씨는 A씨가 지난해 5월 퇴사한 뒤 같은 해 6월에도 A씨에게 연락해 만남을 요구했다. 다만 A씨가 이를 거부해 추가 피해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피의사실 요지에 “피의자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피의자 사무실과 법원을 오가는 차량 등에서 2회 강제추행, 4회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등 총 10회에 걸쳐 추행 및 간음을 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B씨는 지난 5월 말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수사를 중단하고, 지난달 19일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피의자 사망을 기점으로 수많은 ‘2차 가해’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익명 채팅방이나 사이트,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A씨에 대한 신상정보가 돌아다니는 등 이로 인해 A씨가 병원과 심리상담소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았다.
이 변호사는 “피의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이어졌을 기소 여부에 대한 경찰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면서 “다시 한 번 검찰에 이 사건 피해자나 이 사건 피해자와 같은 입장의 피해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피력하고, 수사 결과에 따른 검찰의 입장을 묻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로펌 대표변호사의 초임변호사 A씨에 대한 성폭행 및 피의자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5월31일 서울 서초구 이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A씨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사건 발생과 고소 등 경위와 A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