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일제강점기 일본 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또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5명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광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쟁점이었다. 피해자 유족 측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합에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확정한 날부터가 소멸시효 기산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2년 대법원 판결 일을 기준 삼아야 한다는 일본기업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권리행사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민법 766조1항이 규정한 단기 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면서 “원고들은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7년 2월23일 소를 제기했으므로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012년 당시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 판결은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우리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제 전범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청구할 권리 자체가 없다는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가 내린 판결과는 다르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16개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협정과 그에 관한 양해문서 등의 문언, 협정 체결 경위나 체결 때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사실상 소멸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청구권협정 제2조는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청구권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제동원공동행동 회원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지난 6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강제징용 소송 각하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