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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이 두려운 ‘영끌’ 실수요자
입력 : 2021-06-02 오후 11:00:00
서울시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전 영끌해서 집 샀는데 어떡하죠?”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는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지난해 말에 만났을 때는 “난 1주택 실수요자인데 아파트 세금을 생각없이 늘려 놓으니 짜증난다”라고 불평하면서도 ‘집을 가진 자’의 여유가 은근히 묻어나왔습니다. 아직 자가 마련을 하지 못한 기자의 기분 탓일 수 있습니다만 당시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자리에서는 부담감이 더 커 보였습니다.
 
그는 2019년에 집을 샀다고 했습니다. 2018년 집값이 미친 듯 뛰는 걸 보면서 일찍이 ‘영끌매수’에 나선 것입니다. 경기도나 인천, 서울 외곽이 아닌 나름대로 준수한 입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는 아파트 매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2금융권을 제외하고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다 썼다고 했습니다.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있는데, 매달 입에 풀칠할 정도의 돈만 남는다 합니다. 저축은 현재로선 사치라고 하더군요. 
 
이런 상황인데 국내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연내 금리인상 여부는 경제상황의 전개에 달려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현실이 된다면 A씨의 원리금 지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겁니다. 가처분소득이 더 줄어드는 것이죠. 
 
A씨만의 사례는 아닐 겁니다. 이외에도 영끌로 집을 샀다는 지인들이 주변에 더러 있습니다. 모두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매매 시장으로 뛰어든 이들입니다.
 
금리 인상을 늦춰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기준금리 결정에는 자가 소유자의 원리금 부담 가중 외에도 거시경제 전반의 상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으니까요. 
 
근본적 문제는 집값입니다. 영끌을 하지 않으면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집값이 핵심입니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규제를 강화했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오히려 고공행진했습니다.
 
대선이 1년 가량 남았습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수정하려 하지만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 역시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시장 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나오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정책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태도에 변화를 보이지 않는 데에 누군가는 ‘부동산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수요자들은 부동산 정치가 아닌 부동산 정책을 바랍니다.
김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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