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김지영 기자] 현대차가 최근 화재가 잇따른 '코나 전기차'를 리콜하기로 했지만 관련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코나 전기차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집단 소송 움직임도 감지된다. 화재 원인을 두고 LG화학과의 공방도 가열될 조짐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6일부터 코나 전기차에 대해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 등의 시정조치에 들어간다.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작된 2만5000여대가 대상이다. 코나 전기차에서 최근 3년간 10여건 넘는 화재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화재가 계속되면서 코나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고 지난 7일에는 국토부 게시판에 코나 전기차 판매·생산 금지, 공영 주차장 출입금지, 공영 충전기 사용 금지 등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BMW 차량 화재 당시처럼 주차를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있었다.
세종시 한 지하주차장에서 불에 탄 코나 전기차. 사진/독자 제공
현대차의 리콜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화재 위험을 안고 차량을 계속 운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전기차 동호회에서는 코나 전기차에 대한 집단 소송도 준비 중이다. 온라인 전기차 동호회 카페에는 코나 리콜 관련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 청구인 모집 글이 올라왔는데 이날 오전 기준으로 1000여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화재 원인에 대한 두리뭉실한 결론은 전기차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란 점에서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명확한 원인 규명과 발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본격적인 세계 시장의 전기차·배터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신뢰할 수 있는 화재 원인 발표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화재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국토부는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고전압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LG화학은 정면 반박했다.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 배터리 셀 불량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BMS를 우선 업데이트하고 문제가 있으면 배터리를 교체한다는 리콜 내용만 봐도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 아니란 것이다. 현대차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배터리셀 분리막 손상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다.
화재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견 대립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문제라면 LG화학은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 축소가 불가피하다. LG화학은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본궤도에 오른 전지 부문 분사도 추진 중이다.
반대로 현대차에 책임이 있다면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어렵다. 현대차는 내년 초부터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 출시를 시작하고 2025년까지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화재 때문에 대규모 리콜까지 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기차 시장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자사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두 기업의 책임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기업의 오랜 동맹이 코나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가 내년 초 나올 전용 플랫폼 차량 1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한 SK이노베이션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이런 시각의 배경이다. 배터리 업계 등에서는 현대차가 발주할 3차 물량도 SK이노베이션이 차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방향성을 예단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라 새롭게 확인될 조사 결과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양사의 갈등은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한 전기차 시장에서 해외 경쟁업체들에만 유리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