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독일 미테구에 설치된 베를린 소녀상이 철거될 위험에 놓이자 각계에서 철거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반발이 거세다. 코리아협회는 독일 법원에 소녀상 철거명령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한편 슈뢰더 전 총리 부부도 철거 반대에 나섰다. 독일 내 지식인들은 소녀상 철거가 신우익세력의 투쟁이라고 지적하며 독일 정부가 이들에게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소녀상 설립을 주도한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12일 베를린 행정법원에 소녀상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 최종 판단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정의기억연대는 유엔 표현의자유·여성폭력·문화권 특별보고관에게 서한을 보내는 한편 미테구청 주소와 전자우편 주소를 공개하며 ‘소녀상 철거 반대’ 편지·전자우편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독일 현지에서도 소녀상 철거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부부는 슈테판 폰 다쎌 베를린 미테구청장에게 서한을 보내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했다.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 글도 등장했다. 이 온라인 청원에는 지금까지 2200여명이 서명했고 이 중 1800여명이 독일 거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뒤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0.08.14.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소녀상 문제를 인권 문제가 아닌 한·일간 외교적 충돌로 바꾸려는 시도에 독일 정부가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가 확고한 독일에서 행정부가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게 이례적인 상황이란 것이다. 앞서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이달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바 있다. 주독 일본대사관도 베를린 당국에 철거 요청을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독일 학자들은 소녀상을 둘러싼 싸움이 전 세계적으로 신우익세력들의 투쟁이라고 지적한다. 슈테피 리히터 독일 라이프치히대 일본학과 교수는 11일 국내 언론사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여러 우익단체가 등장했는데 소녀상 철거 시도는 이와 관련 있다”라고 했다. 일제 렌츠 전 독일 보훔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녀상은 전쟁 성폭력과 식민주의를 기억하려는 기억 운동의 상징”이라고 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