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우리 모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담보’입니다
‘가족’ 소재 속 JK필름 방식 웃음과 눈물, 공감과 소통의 주제↑
처음과 중간 그리고 결말, 모두가 알지만 강요되지 않는 ‘눈물’
2020-09-28 00:00:00 2020-09-2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그 동안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유도하며, 그 안에서 감동을 만들어 냈고 때로는 신파란 단어로 폄하됐지만 언제나 한 가지만은 그대로였다. 충무로 상업영화 시장에서 흥행 제조기로 불리는 윤제균 감독이 수장인 JK필름이 영화 담보를 선보인다. JK필름 제작 영화는 콘텐츠가 담아내고 장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수 많은 감정 가운데 항상 눈물을 타깃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 눈물은 언제나 그 밑바닥에 너무도 익숙해서 사실 누구도 느끼지 못했던 한 가지를 계속해서 말해 왔다. 바로 가족이다. ‘담보 JK필름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모든 영화 가운데 가족이란 소재를 가장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공감 소통극이다. 이 영화 제목 담보는 보증을 위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제공하는 물질적 가치다. 하지만 영화에선 달리 해석한다. 누구라도 듣기 거북한 단어 담보가 이 영화에선 () (물이 될)’ 무언가라고 말한다. 가족이란 얘기 속 가치를 주목한다. 그 가치는 가장 가까이 있기에 우리 모두가 잊고 지내온 것이지만, 사실은 가장 소중한 우리 자신이라고 담보가 가르쳐 준다.
 
 
 
담보는 유사 가족에 대한 얘기다. 이들은 가족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의 개념이 피는 나눈 혈연 관계 그 이상을 넘어설 때 우리의 얘기는 진짜 가족으로 흘러가고 있단 뻔하면서도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는 그것을 전한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의 주제와 메시지가 한국적으로 그려진다.
 
담보의 가족은 아빠와 딸이다. 아빠가 돼 가는 과정, 그리고 딸로 커가는 과정이 담겼다. 시작은 사실 무시무시하다.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조선족 불법체류자 명자(김윤진)를 윽박지른다. 갚아야 할 돈 75만원이 밀렸다. 두 사람은 명자에게서 담보로 그의 딸 승이를 빼앗는다. 피도 눈물도 없는 두석과 종배다. 하지만 두 사람, 어딘가 모르게 인간적이다. 두석은 냉혈한 인척 하는 사람 같다. 종배는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 듯한 인간미가 보인다. 이게 JK필름 영화의 뚜렷한 인장이다. 그들의 영화에선 나쁜 사람도 나쁘지 않다. 사람은 언제나 다 착하다. 상황이 그들의 지금을 정할 뿐이다.
 
영화 '담보'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문제는 돈을 갚아야 할 명자가 불법 체류자로 추방 위기에 몰린다. 명자는 두석에게 자신의 친척이 승이를 좋은 집안에 입양 보내기로 했다고 부탁한다. 밀린 돈 75만원도 친척이 대신 갚는단다. 두석과 종배는 단 며칠 같이 지낸 승이와 정이 들었다. 하지만 두석과 종배는 승이를 보내야만 한다. 그렇게 승이는 누군지도 모르는 친척 손에 이끌려 두석 종배와 헤어진다. 헤어질 당시의 승이눈빛이 묘했다. 두석은 이상했다. 자꾸만 승이가 눈에 발 폈다. 자신을 승이라고 불러달란 어린 소녀의 애교에 담보라고 애써 선을 긋던 두석의 마음은 이미 처음부터 녹아 있었다. 곁에 있을 땐 몰랐다. 곁에 없으니 알겠다. 승이가 걱정된다. 승이를 찾아나선 두석과 종배. 그리고 두석과 종배에게 구출된 승이’. 이제 승이는 두석과 종배와 한 식구가 된다. 엄마 명자와 헤어진 승이는 그렇게 두석과 종배와 가족이 돼 따뜻한 가족이 된다.
 
영화 '담보'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담보는 처음부터 냉정하지 않다. 처음부터 거리를 두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철저하게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이 얘기는 무조건 따뜻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눈물을 쏟게 해야 한다. ‘가족이란 단어 속에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그 감정을 위해 그렇게 철저하고 치밀하게 설계를 한다. 사실 철저하고 치밀한 것 같지만 JK필름 제작 영화는 관객의 눈에 처음부터 중간 그리고 마지막이 훤히 보인다. 그게 JK필름 영화의 매력일 수도 있고, 또 부인할 수 없는 단점일 수도 있다.
 
담보역시 이 두 가지를 모두 안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길을 오롯이 걷는다.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은 그저 따뜻하고 포근하고 친근하며 지긋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느끼게 해 준다. 돌고 돌아 두석과 종배에게 돌아온 승이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커간다. 때로는 티격태격하고, 또 때로는 함께 웃으며 승이는 계단을 밟아 나가듯 커나간다. 그런 승이의 모습에 두석과 종배도 사채업자란 직업에서 퀵서비스 업체를 차린 어엿한 아빠로서의 모습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영화 '담보'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해 빼앗아 온 담보승이는 결과적으로 담에 보물이 된진짜 담보가 돼 두석과 종배를 변화 시킨다. 그들은 어린 승이를 통해 자신들이 구원 받았고, 또 어린 승이도 두석과 종배를 통해 진짜 가족을 만나게 됐다. 길고 길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마지막까지 승이와 두석 그리고 종배에게 필요했던 시간은 이들 모두를 담에 보물이 될반짝반짝 빛나는 담보로 만들어 버렸다. 그건 승이와 두석 종배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또 자신에게 분명히 담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얘기의 진심은 그렇다.
 
성동일의 두석은 그냥 그대로 아빠다. 성동일은 특별히 무언가를 더하지도 빼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의 말 그대로다. 성동일의 두석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아빠였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그 이상 이하로도 설명은 필요 없다. 두석의 곁은 지킨 김희원의 종배담보의 쉼표다. 눈물로만 범벅이 될 JK필름 영화의 쉼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악역 전문 배우의 호흡이 이런 변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단 사실이 김희원의 분명한 내공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영화 '담보'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담보의 진짜 반짝거림은 올해 8세인 아역 배우 박소이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감정의 밑바닥을 드러내게 만들던 처연한 눈빛은 이 영화에선 180도 뒤 바뀐다. 문자 그대로 관객의 무장을 해제시키며 울어야 할 때 울리고, 웃어야 할 때 웃게 만들고, 귀여움을 느끼게 만들 데 세상 누구보다 강력한 삼촌 이모의 웃음을 끌어 내게만든다. 그런 박소이의 존재감을 이어 받은 성인 하지원의 호흡은 예상 그대로다. 아역 박소이의 감정과 호흡이 성인 하지원의 호흡과 감정으로 절묘하게 매치돼 이어진다.
 
영화 '담보'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담보JK필름의 인장이 강력하게 찍힌 영화다. 이번에도 울어야 할 때 눈물을 빼놓고, 웃어야 할 때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다. 예상할 수 있고, 분명하게 아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또 당할 수 밖에 없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가 담보라고 말하는 데 공감 안될 리가 없다. 그 말 한 마디가 고맙다. 929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