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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 열풍에 대형 증권사 동참…KB증권·미래에셋 등 채비
틈새시장→대형사 관심 사업…"신규고객 유입 효과"…매매시스템 구축은 외면
2020-09-17 17:11:25 2020-09-17 17:11:25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긁지 않은 복권'을 발굴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비상장주식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높아지는 장외거래 열기 속에서 대형 증권사들은 동학 개미를 잡기 위해 서비스 출시 채비에 나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비상장주식 관련 사업을 검토 및 준비 중이다. KB증권은 비상장주식 거래 서비스를 출시키로 내부 검토를 끝내고 현재 중개 플랫폼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아직 검토 중에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규모가 작고 투자자 관심 밖이던 비상장주식 거래가 최근 인기를 얻고 시장 규모도 커지면서 수익성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판단했다"며 "조만간 출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중에선 삼성증권만이 비상장주식 관련 사업에 진출 중이다. 지난해 말 삼성증권은 블록체인 전문기업 두나무와 제휴해 비상장 거래 중개 서비스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출시했다. 이밖에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가 올해 제휴를 통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발표한 상태지만 아직 출시는 미정이다.
 
중소형사들은 일찍이 비상장주식 서비스를 시작해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유안타증권은 2018년 자체 비상장주식 전용 플랫폼인 '비상장레이더'를 국내 처음으로 출시했다. 지난 4월부터는 기술신용평가 기관 나이스디앤비와 함께 유망 비상장 종목에 대한 분석 보고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유안타 이후로도 SK증권, 골든브릿지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이 비상장 중개 플랫폼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올 들어 대형 증권사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최근 공모주·청약 열풍과 더불어 풍부해진 유동성에 장외 거래가 인기를 끌면서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실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장외거래가 급증하는 추세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누적 거래 건수는 작년 서비스 출시 후 1만건을 기록하기까지 8개월의 시간이 걸렸으나, 1만건 돌파 한 달 반 만인 이달 초 2만건을 넘어섰다. 월간 활성자 수는 올초 1만2000명에서 8월 9만3000명까지 늘었다.
 
지난 7월 SK바이오팜이 상장 직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큰 수익률을 올리자 잇단 대형 IPO에 대비해 미리 비상장 주식을 사두는 투자자가 늘었다. 상장 기대 종목인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말 9만원대에서 17일 현재 12만원선에서 거래 중이며, 크래프톤은 100만원대에서 160만원대로 뛰었다.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커지자 비상장주식 플랫폼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을 노리는 증권사가 많아졌다"며 "직접 플랫폼을 만들지 않고 계좌 관리 등 일부 업무 제휴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38커뮤니케이션 등 사설 거래 사이트는 거래자의 신분 불분명 등 신뢰 형성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대형 증권사들의 서비스 진출은 거래 안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뿐 아니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신생 기업들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 비상장주식 '매매 시스템'을 도입하는 증권사는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7월 종금사 8곳에 '비상장주식 내부주문 집행' 업무를 허용했다. 증권사가 내부에 호가 제출이 가능한 매매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한국거래소에서처럼 매수·매도자들이 호가를 제출하면 가격, 수량 등을 따져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시스템 구축의 어려움 등으로 외면하고 있다. 대신 1대1로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안전하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 플랫폼을 만들어 비상장주식 투자자 수요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장외 시장에선 여전히 적정가격 결정 기능이 미흡하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한계가 남아있다. 여러 사람의 호가 제출을 통해 거래가 체결되면 적정선의 시세가 형성되지만, 1대1 중개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가격만 맞으면 거래가 이뤄지는 시스템인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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