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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고졸 행원 출신으로 리딩금융그룹 3연임 회장 올라
KB 들어왔다 나갔다 우여곡절…어수선한 조직 '원KB'로 추스르고 공격적 인수합병 성공
2020-09-17 06:00:00 2020-09-17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은 금융권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탁월한 극복 의지와 위기관리 능력으로 자기 혁신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에게 강조한 '송백후조'(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것을 안다)의 정신처럼 위기 때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냈다.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16일 이러한 윤 회장의 능력을 재차 신임했다.  
 
코로나19로 금융사들은 저마다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지만, 윤 회장은 오히려 가슴을 편다. 긴 호흡으로 경영 전략을 고민해온 만큼 어떤 변화에도 기민함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패러다임 전환 시대에 KB금융이 추구하는 '담대한 혁신'이 기대가 되는 이유기도 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8년 국민은행 일산연수원에서 열린 '2018년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각 계열사 대표이사 및 임원 등에게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B금융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조직안정·경영실적 '두마리 토끼' 잡아
 
1955년생인 윤종규 회장은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 고졸 행원으로 외환은행에 들어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야간과정을 다녔다. 대학 재학 중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이듬해 25회 행정고시 2차 시험에서 차석으로 합격했으나 학생운동 전력으로 면접에서 탈락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동아건설 워크아웃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프로젝트에 참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시절 고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요청에 따라 2002년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직후로, 그룹 1기 경영진으로서 재무기획본부·전략담당 부행장,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2년 뒤 금융당국으로부터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 관련 회계처리 문제로 중징계를 받으면서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그러다 어윤대 전 회장 시절인 2010년 KB금융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2014년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 올랐지만, 조직은 'KB사태'라는 경영진 간 갈등 여파로 어수선했다. 윤 회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조직을 '원(One) KB'라는 단일 색으로 추스렀다. 동시에 현대증권(KB증권)·LIG손해보험(KB손보)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3년간 KB금융을 매섭게 성장시켰다. 첫 연임을 결정 지은 2017년에는 3조3110억원의 실적을 달성하며 9년 만에 리딩금융의 자리를 탈환했다. 이 기간 연평균 34%에 육박하는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지난달 12일 KB금융 직원들과 함께 'e-소통라이브'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KB금융
 
'수입 다각화·안정화' 도모한 지난 3년…자산규모 600조원 돌파 앞둬
 
윤 회장의 지난 3년도 숨가빴다. 그간의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KB금융은 2017년부터 연속 3조원대 순이익을 달성,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였다. 약점으로 평가됐던 글로벌 부문 강화로 올해 들어서만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에서 잇따라 경쟁력을 확대했다. 해외진출은 현지 당국의 동의가 필요한 호흡이 긴 사업 영역으로 수년 간의 공이 빛을 발했다. 여기에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으로 향후 미국, 유럽 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은행에 대한 그룹의 높은 이익의존도는 아쉽다는 견해다. 이는 다른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 역시 고민하는 부분이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수익 비중을 32.3%까지 개선했지만, 여전히 경쟁사인 신한지주(055550)보다 낮다. 신한지주는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 비은행 수익 비중을 올해 상반기 36.8%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지난달 31일 푸르덴셜생명보험을 13번째 자회사로 편입하며 상대적 취약점이던 생명보험 부문의 강화를 예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 그룹 자산규모 6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14년 취임 첫 해 308조원에서 6년 사이 2배가량 불어나는 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권 전반에 대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크지만, 윤 회장은 되레 자신감을 내비친다. 올해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코로나 정국에 푸르덴셜 인수가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윤 회장은 "비가 온다고 집에만 있을 이유는 없다. 우산을 갖고, 장비를 충실히 갖춘 사람이 비의 정취 즐길 수 있다"고 일축했다. 잇단 채용비리 문제, 금융권 사모펀드 사태에도 윤 회장은 내부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큰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다. 임기 내내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다.
 
KB금융 노동조합은 윤 회장의 관리 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기도 한다. 일부 노조원들은 윤 회장의 성과위주 경영방식을 운운하며 이번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어수선했던 조직을 한 데 모으고 리딩금융 경쟁을 위해선 불가피한 점이 있다는 평가다. 이는 워크홀릭인 윤 회장의 업무 스타일도 한 몫 하는 모양새다. 그는 일을 꼼꼼하고 정확히 챙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KB금융 한 임원은 "윤 회장의 열정이 남달라 동행하는 해외 출장 일정은 새벽같이 진행되는 빠듯한 구성"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1일 서울 역삼동 푸르덴셜타워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자회사 편입 기념 출범식에서 선우석호(사진 왼쪽부터) KB금융 이사회 의장,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대표이사 사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그룹의 13번째 자회사가 된 푸르덴셜생명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푸르덴셜생명
 
"혁신 토대 갖췄다…뉴 노멀 시대, 금융의 새 기준 제시할 것"
 
윤 회장은 앞으로의 3년도 담대한 혁신을 위해 묵묵히 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통신과 금융을 융합한 '리브엠'을 선보이고 있다. 수익성이 아니라 의미 있는 고객 데이터 확보에 방점을 뒀다. 금융업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바뀐 고객의 삶에 맞는 기민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들과의 플랫폼 경쟁을 위한 작업에도 분주하다. 올해는 국내 금융지주 대표로는 유일하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석했다.
 
리딩금융 위상에 걸맞은 선도적 금융 이행에도 힘쓴다. 코로나, 이상기후 영향으로 '그린경영' 실천에 대한 사회 전반적의 요구가 커졌다. KB금융은 올해 3월에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해 그룹의 ESG 전략을 수립하는 등 ESG 경영체계를 확립했다. 신재생에너지, 녹색산업 등 친환경 부문에 대한 투·융자 확대로 친환경 금융 생태계를 선도하겠단 각오다.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아동·청소년 지원을 강화하면서 스타트업과 핀테크 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한국판 뉴딜 정책 동참을 위해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를 신설하고 관련 영역에 2025년까지 총 9조원을 투자한다.
 
10월부터는 통합 신사옥 완공으로 '원 펌, 원 KB(One Firm, One KB·하나의 회사, 하나의 KB)' 전략의 물리·화학적 완성도가 높아진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5년 1월부터 지주 본사를 여의도 국민은행으로 이전하고 KB생명보험, KB증권 등 계열사도 여의도로 옮겼다. 그룹의 업무 시너지 확대를 위해서다. 통합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 샛강역에는 'KB금융타운역'이란 명칭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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