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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분양보증 기관 추가 검토에…“분양가 상승 우려”
국토부, 보증 시장 개방 연구 나섰지만…HUG 독점 깨지면 분양가 통제 약화 불가피
2020-09-02 14:23:00 2020-09-02 14:23: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외에 분양보증 기관을 늘릴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분양 보증 시장이 열리면 분양가 통제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HUG 규제가 이미 힘이 빠졌으나, 분양가 상한제에서 벗어난 곳에선 분양가 상승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2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보증 기관이 추가될 경우 신규 공급 단지의 분양가격이 전보다 오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은 분양가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약해질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분양보증 시장 개방으로 분양가 규제가 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증 수수료가 낮아진다 해도 분양가 인하로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라며 “민간기업인 건설사가 낮아진 보증 수수료만큼 분양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자기들의 이익으로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HUG의 분양보증 독점이 깨질 경우 분양가 통제가 어려워지고 신규 단지의 분양가가 자극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HUG가 아닌 다른 보증 기관에서 높은 분양가격에 분양보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능성은 국토부가 최근 분양보증 기관 추가 지정의 효과 등 분양보증 시장 개방을 포함한 ‘주택분양보증제도의 발전 방향 제시를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제기되고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HUG가 분양보증을 무기로 분양가를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게 규제해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차라리 후분양으로 돌리는 정비사업장이 나오는가 하면 강동구 둔촌주공과 같이 분양 일정이 수개월 이상 밀린 곳도 있었다. 
 
국토부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하면서 분양 보증 시장 개방을 준비하는 모습이지만 개방이 현실화할 경우 분양가 상승에 사실상 손을 놨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곳은 서울 18개 자치구와 경기도 3개시다. 이외 지역에서는 HUG가 분양가 통제의 주요 수단이다. 현재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 전 지역과 인천 전 지역(일부 제외), 경기도 전 지역(일부 제외) 등 수도권을 비롯해 대전과 세종 전 지역, 부산·광주·청주시 일부 지역 등이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기관이 살아남으려면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새로 생기는 분양 보증 기관이 분양가 통제를 하더라도 실적을 쌓기 위해 빡빡하게 규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분양사업자도 두 기관에 분양 보증을 신청해 분양가를 좀 더 높게 쳐주는 곳에서 보증을 받으려 해서 분양가 인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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