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사모펀드의 투자자들이 29일 오전 청와대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범정부적 대책을 촉구했다.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운용사의 사기에 의한 상품이었음을 발표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와 관리 감독의 부실의 책임을 묻고, 정부의 적극적인 피해 구제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전부터 많은 비가 내린 이날에도 투자자 40여명이 시위에 참석했다. 한 투자자는 "경제 위기를 틈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국가 시스템에 도전한 경제 교란 세력들에 대해 엄벌을 처하되, 사법적 처리로만 그치지 말고 피해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달라"며" 고 호소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는 처음부터 운용사 사기에 의한 사모펀드다.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으나 전액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옵티머스 펀드가 안전한 상품이라 믿고 투자한 이는 800여명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신속한 피해 구제를 우선으로 꼽았다. 옵티머스 펀드는 1년 이하의 단기 금융상품이었던 만큼, 자녀 결혼 자금이나 주택 잔금, 물품 대금 등 당장 현금화해야 하는 돈을 잠시 맡긴 경우가 많아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벼랑끝에 몰린 피해자들에 대한 선 구제가 시급하다"며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대통령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NH투자증권에 대한 신속한 전액 선지급 요구도 이어졌다. NH투자증권은 전체 옵티머스 펀드 설정액 5151억원 중 약 84%에 해당하는 규모를 판매했다. 투자자들은 당국을 향해 "NH투자증권의 펀드 판매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 또는 직무유기한 부분 없는지, 내부 준법감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철저한 진실 규명을 요청한다"고 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투자자 원금의 얼만큼을 보상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으나, 사적 화해에 따른 선보상이 배임 문제 등과 상충하면서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이어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예탁결제원, 수탁사 등 펀드 도입 과정의 여러 의혹들에 대해 명확히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이런 진실 규명이 국가 금융감독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실추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연맹도 같은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와 감독 부실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무금융노조에는 일선에서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PB 등 증권사 직원들이 다수 속해있다.
김필모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금융사고는 작정하고 속인 사기사건"이라며 "불완전판매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대책도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완전판매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및 투자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한 것을 말한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선보상 결정을 보류한 NH투자증권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담당 PB와 지점에 책임을 묻고 있어 일선의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더불어 김준완 사무금융노조 NH투자증권 지부장은 "이번 사태는 정부당국의 정책 실패와 관리감독의 부실로 초래된 문제인 만큼 판매사인 금융투자회사에만 사태 해결책임을 떠넘겨선 안될 것"이라며 "금융당국 스스로가 통렬한 반성을 통해 직면한 위기에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 사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금융사고 피해자들의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정부는 증권사가 사적화해로 투자자에게 보상해도 배임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미국에서 시행 중인 '페어펀드(Fair Fund)' 제도를 도입해 위법행위자에게 징벌적 벌금을 징수하고 이 재원을 기반으로 투자자를 우선적으로 구제할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사모펀드의 투자자들이 29일 오전 청와대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우연수 기자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