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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1년, 폭망한 일본차
올해도 판매량 반토막 불과……올 초 닛산은 한국철수 발표
2020-06-29 06:07:00 2020-06-29 06:07: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전년 대비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고 닛산은 결국 한국 철수를 선언했다. 또한 독일 브랜드의 공세가 강화되고 현대·기아자동차의 신차들이 높은 인기를 모으는 점도 일본차 업체들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는 올해 5월까지 730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1만9536대)보다 62.6%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점유율도 21.7%에서 7.2%로 14.5%포인트 하락했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2583대, 2139대로 각각 63.5%, 56.7% 급감했다. 닛산과 혼다도 1041대, 1323대로 38.1%, 72.9%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일본 브랜드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 누적 실적을 보면 렉서스(8372대), 토요타(6319대), 혼다(5684대)는 수입차 시장에서 나란히 3~5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일본 브랜드는 2만3483대를 판매해 21.5%의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7월부터 12월까지 1만3178대에 점유율도 8.5%에 불과했다.  
 
불매운동 여파로 인한 판매 부진으로 닛산은 한국철수를 결정했다. 한 닛산 대리점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올해도 일본차의 판매부진이 지속되면서 닛산은 지난달 28일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국내 수입차 업계 1세대인 정우영 혼다코리아 회장이 이달 9일부로 공식 퇴임하면서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할인 프로모션 등 마케팅 활동을 통해 위기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토요타는 이달 하이브리드 프로모션을 시행하면서 캠리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구매 고객에게 취득세 전액을 지원하며, 하이브리드 전 차종을 대상으로 롱라이프 플러스 엔진오일 쿠폰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렉서스는 이달 2일 ‘UX 250h F SPORT’를 출시했으며, 8일에는 법인 고객을 위한 ‘렉서스 오토 케어 리스’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닛산의 갑작스러운 철수 발표 이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일감정을 고려해 마케팅을 자제했지만 앞으로는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토요타 캠리 스포츠 에디션 출시행사 모습. 사진/토요타코리아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차의 회복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우선 독일 브랜드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5월까지 메르세데스-벤츠는 2만8696대, BMW는 2만1361대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4%, 45.6% 증가세를 보였다. 두 브랜드의 점유율을 합하면 49.6%로 수입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지난해 국내 환경규제 인증 및 물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우디는 6670대, 폭스바겐은 6097대로 각각 160.6%, 431.6%나 상승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작년의 부진을 씻어내고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신차들이 흥행에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 브랜드 판매를 잠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신형 쏘나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신형 아반떼, 기아차는 신형 K5, 셀토스, K7 부분변경모델, 신형 쏘렌토 등을 출시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 국내 브랜드 차량의 경쟁력 향상도 일본차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현대차
 
이 중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은 올해 6만1916대가 팔렸으며, 이 중 하이브리드는 1만2848대로 집계됐다. 중형 세단인 쏘나타와 K5는 2만9910대, 3만6679대의 실적을 보였으며,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각각 3826대, 2388대다. 일본 브랜드가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중형 세단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반일감정이 증폭되면서 불매운동의 여파가 컸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일본 브랜드가 할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지만 신차 라인업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브랜드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반면, 일본 브랜드가 혁신, 변화의 이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불매운동이 약화되더라고 과거의 호황은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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