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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없다
2020-05-15 06:00:00 2020-05-15 06: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너무 호들갑을 떨었다. K-방역이니, 성공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대처했다느니 하면서 자화자찬하는 분위기가 하늘을 찔렀다. 방역 선진국이 되었다느니 한국산 진단키트 주문이 각국에서 쇄도한다느니 하면서 마치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이 우쭐해 하는 것이 내심 불안불안했다.

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서울시장 등 자치단체장과 방역 당국자까지 나서서 5월 연휴가 끝나는 즉시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 바람에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었던 연휴에는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이태원 클럽은 그런 분위기를 틈타 모처럼 만의 재개장을 홍보했고 전국의 춤꾼(?)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자율적 격리에 불편했던 국민들도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산과 들판으로, 관광지로 꽃구경 대열에 합류했고 전국이 북새통을 이뤘다.

그런데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해외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5월 연휴 기간 러시아는 하루 1만여명이 넘는 확진자가 폭증, 코로나19 대란을 겪고 있었다. 미국에선 백악관 참모들의 코로나19 확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감염병 사태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었고, 백악관은 지난 12일 마침내 백악관 모든 직원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우한을 방문하면서 사실상의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한 중국도 다시 감염병이 재확산될 기로에 섰다. 이러다가는 자칫 오는 21일부터 열기로 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양회의 정상적 개최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12일 기준 8만4451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고, 4644명의 코로나 사망자를 낸 중국은 4월 중순 이후 국내 확진자 한 자릿수를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5월 초 동북지역 작은 도시인  지린성 수란시에서 한꺼번에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진자가 갑자기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10일 하루 동안 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 전역에서는 12일 1명밖에 확진자가 없었으나 통계에 넣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는 15명이나 발생했다. 현재 중국 내 무증상 감염자는 760명에 이른다.

중국 방역당국은 다시 우한의 일부 구역을 봉쇄했고, 지린성 수란시에 대해서도 모든 시민들에 대해 이동금지 등 봉쇄령에 준하는 강제조치를 내렸다. 수란과 다른 지역을 오가는 열차운행도 중단시키는 등 외부와의 통행을 차단했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러시아와 인접한 헤이룽장성 상황도 일촉즉발의 대란 분위기다. 이웃 일본도 상황이 여전히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우리는 성공적 방역을 자축하고 코로나19 시대의 생활 수칙인 사회적 거리두기마저도 포기했다. '국민재난 지원금 지급'을 시작으로 동네상권 살리기와 국내소비 진작 등 방역보다는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두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지난 5일 대구시가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조치에도 불구하고 담화문을 통해 "대구시의 상황은 다르다"면서 "공공시설 이용과 대중교통 이용 때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강조했다. 이런 조치를 어기면 최고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강화된 방역대책을 내렸을 정도다. 앞서 대구시는 신천지를 통한 집단감염 사태로 한바탕 난리를 치른 바 있다.
 
 
대구시는 조용한 전파자를 비롯한 숨은 확진자들을 조기에 찾아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 생활치료센터와 의료장비 및 보호구의 사전 확보, 공공시설 휴관 2주 연장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결국 마스크 착용 의무화 위반에 대한 벌금부과는 지나치다는 여론에 따라 처벌을 유보하고, 시행 시기도 연기하는 등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전국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등 강력한 방역에 나서는 게 효과적이다. 각 지자체가 뒤늦게 클럽과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대해 '집합금지'(영업중단)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동안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 대학 등 모든 학교는 문을 닫으면서 10대~30대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과 PC방, 노래방, 유흥업소 등에 대해서는 영업할 수 있도록 놔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바이러스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국경을 넘어서고 있으며, 빈부격차마저도 비웃는다.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선제적 방역조치를 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다.

물론 방역으로 위축된 경제활동으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들로서는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는 사회 전체의 방역망을 구축해서 안전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잘 구축된 의료시스템 및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그동안 코로나19 사태가 잘 극복되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완전한 퇴치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의 자유로운 국가 간 이동을 통한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은 더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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