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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방사광가속기’ 꿈의 크기에 걸맞는 주가일까
모비스·다원시스·비츠로테크 등 관련 기술 및 실적 있지만 매출비중 적어
2020-05-07 12:30:00 2020-05-07 12:38:2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방사광가속기 설치 지역 발표를 하루 앞두고 관련주들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1조원 국책사업인데다 6조7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조4000원억의 부가가치, 13만7000명의 고용창출이 따르는 것으로 평가돼 이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실 각각의 효용은 가늠하기 어려워도 최소한 해당지역 부동산 가격이 뛸 것이란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새로운 방사광가속기가 건설될 경우 수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군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관련주들은 이미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꿈의 기술 그 자체와는 별개로 현재 주가가 꿈의 크기에 합당한 수준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방사광가속기란 거대 현미경 역할을 하는 장비다. 도넛 모양으로 생긴 커다란 구조물을 지어 그 안에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밝은 빛(방사광)을 만들어낸다. 가속기가 만든 태양보다 100경배 밝다는 X선으로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원자크기의 물질 구조나 세포의 움직임, 예를 들어 광합성 과정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신종플루치료제인 타미플루, 에이즈치료제 사퀴나비르 같은 신약 개발도 방사광가속기 덕분이었다고 한다.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강국으로 올라서는 데에도 한몫했다. 
 
포항공대 안에 설치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 PAL-XFEL 전경. <사진출처: 포스텍>
 
이처럼 첨단기술을 연구하는 기관과 기업들에게 필요한 장비지만 설비가 부족해 지난해 기업들이 활용한 과제비율은 9.2%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설치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가속기를 가동했으며 4세대 가속기는 포항공대 안에서 2011년에 착공해 2016년 9월에 준공, 미국, 일본에 이은 세 번째 4세대 방사광가속기 보유국이 됐다. 이번 방사광가속기는 2022년에 공사를 시작해 2027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상장기업 중에서 이번 방사광가속기 설치와 관련해 수혜를 볼 기업들은 누가 있을까? 모비스(250060), 다원시스(068240), 비츠로테크(042370) 등이 거론된다.  
 
우선 비츠로테크는 비츠로셀 등 비츠로그룹의 지주회사로 주로 전력기기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 이 회사는 2016년 포항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만들 때 가속관, 에너지 배가장치를 공급한 이력이 있어서 관련주로 꼽히는데,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당시 공시를 찾아보자. 계약금액이 89억5000만원인 4세대 200MW 방사광가속기 모듈레이터를 공급했다. 계약기간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다. 또 고출력 도파관 시스템 계약 건은 2013년 7월부터 2015년 5월까지 107억원 규모였다. 2년 동안 공급한 계약이었고, 회사 매출에는 3년으로 나뉘어 잡혔을 것이다.
 
4세대 가속기 내부 모습. <사진출처: 포스텍>
 
비츠로테크는 2014년에 결산월을 3월에서 6월로 변경했는데 결산월을 바꾸기 전 2013년 4월~2014년 3월 매출과 그해 4~6월까지 더한 1년3개월치 매출은 1196억원이었다. 변경 후 2015년 6월에 결산한 1년치 매출은 1198억원을 기록했다. 두 계약을 합쳐 2년간 매출금액이 200억원이 채 안 되니까 매출기여도는 10% 미만인 것이다. 그런데도 당시엔 이를 호재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가는 방사광가속기를 호재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비츠로테크의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대였다. 당시와 비슷한 계약을 따낼 경우, 아니 계약금액이 2배로 늘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비츠로테크는 전체 재무상황과 밸류이에션이 안정돼 있어 방사광가속기가 아니라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속기에 제어시스템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되는 모비스는 사정이 다르다. 
 
모비스의 지난 5년간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으나 3년 동안 적자행진 중이다. 
 
2016년 증시에 상장한 이후 가속기와 관련한 매출은 2018년 2월~2019년 3월 중이온가속기에 5억4545만원 규모의 SCL3 BPM 프로세서를 공급한 게 전부다. 그 사이 관련 사업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매출 규모가 너무 작다. 그런데도 최근 방사능가속기 이슈로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은 900억원에 근접했다. 
 
다원시스는 가속기에 필요한 특수전원장치를 만들지만 역시 전체 매출 비중이 작다. 다원시스가 만드는 특수전원 등은 주로 핵융합발전과 관련돼 있다.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미래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연구사업으로 우리나라는 핵융합실험로 K-STAR를 갖고 있으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설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력전원장비를 다원시스가 공급한다. 사업비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장비 중 하나다. 
 
2019년 3분기 현재 <자료: Company Data, IBK투자증권>
 
더구나 다원시스의 매출 상당액은 이런 첨단장비가 아니라 전동차 제조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750억원 중 1241억원이 전동차량에서 나왔다. 물론 가속기 건설이 시작되면 여기에도 장비를 공급해 매출이 나오고 이 비중이 더 커지겠지만, 회사 매출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비스와 다원시스의 매출처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핵융합발전사업인 K-STAR와 ITER와 방사능가속기는 물론, 방사선 암치료 연구 목적의 중입자가속기,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해 핵물리, 물성과학, 의생명 등 기초과학 분야에 활용하는 중이온가속기에도 두 회사가 모두 참여해 모비스는 제어시스템을 다원시스는 전원장비를 공급한다.  
 
현재는 크게 오른 주가에 비해 관련 매출과 이익 비중이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미래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다양한 가속기 설치 계획이 잡혀 있다. 2021년 말에는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중이온가속기가, 2023년 말에는 부산에서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가 완공된다. 다만 이 때문에 지금 관련주를 매수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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