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밴드 설 "음악 전 세계에 알릴 것, 비틀스 롤모델"
새 싱글 ‘Ferris Wheel’발표…펑크, 모타운, 브리티시 록 섞은 '장르 혼재'
독일 시작으로 일본, 대만 등 해외 러브콜…"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음악할 것"
입력 : 2020-04-03 00:00:00 수정 : 2020-04-03 00: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밴드신의 ‘찬란한 광휘’를 위해 한결같이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TV, 차트를 가득 메우는 음악 포화에 그들은 묻혀지고, 사라진다. ‘죽어버린 밴드의 시대’라는 한 록 밴드 보컬의 넋두리처럼, 오늘날 한국 음악계는 실험성과 다양성이 소멸해 버린 지 오래다. ‘권익도의 밴드유랑’ 코너에서는 이런 슬픈 상황에서도‘밝게 빛나는’ 뮤지션들을 유랑자의 마음으로 산책하듯 살펴본다. (편집자 주)
 
최근 싱글 'Ferris Wheel'을 발표한 태국 투어 중의 밴드 SURL. 사진/해피로봇레코드
 
최근 밴드신에서 ‘핫’한 루키로 부상 중인 SURL은 지난달 중순 새 싱글 ‘Ferris Wheel’을 발표했다.
 
이 시대 청춘을 돌아가는 대관람차에 빗댄 ‘청춘송가’다. 별에 닿을 듯 하늘로 솟는 대관람차는 곧 다시 땅으로 천천히 꺼지고 만다. 이 무한한 순환의 반복에 현실과 꿈, 양극단을 오가는 이 시대 젊은 세대가아른거린다. [뉴스토마토 기사 참조, (권익도의 밴드유랑)SURL, 이 시대 청춘들의 현실 자화상]
 
지난달 25일 서울 광흥창역 인근 해피로봇레코드 내 창작, 연주 공간에서 만난 밴드 SURL[설호승(보컬·기타), 이한빈(베이스), 김도연(기타), 오명석(드럼)]은 "일렉기타 소리를 쌓아 신스처럼 전개한 사운드에 리얼 드럼, 어쿠스틱 기타를 섞어 ‘기존에 없는 장르’를 만들어봤다"며 "펑크(Funk)와 모타운, 브리티시 록의 영향이 옹골차게 뒤섞였다"고 소개했다.
 
밴드 SURL 드러머 오영석.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실제로 밴드의 곡은 대개 다양한 장르의 ‘혼재’다. 앞서 발표한 싱글 ‘Cilla’에선 슈게이징 사운드를 펼쳐댄다. 기타에 연결되는 드라이브에 부스터(볼륨감을 높이게 하는 이펙터 종류)를 얹은 뒤 특정 구간을 반복하는 음 딜레이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소리의 공간감을 만들어 주는 리버브까지 얹으면 사운드는 가히 폭발적이 된다. 기타의 펄떡임을 드럼이 함께 끌고 이 둘이 잡지 못하는 저음역대는 베이스가 잡는다. 센 음악에 겹쳐지는 호승의 아련하되 또랑한 목소리는 SURL 만의 명징한 개성이다.
 
“멤버들 모두 록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운드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아해요. 저희끼리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내는 밴드가 되자고 얘기하곤 해요.”(한빈)
 
오아시스와 콜드플레이, 지미핸드릭스, 더스미스를 열거한 뒤 이들은 비틀스를 최고의 롤 모델로 꼽았다. 멤버들 눈이 초롱초롱해졌다.“페퍼 상사 앨범(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은 가히 최고죠. 앨범 커버부터 개별 곡까지 완벽하게 맞춘 대중 음악사상 최초의 콘셉트 음반이잖아요.”(도연) “비틀스가 끝나기 직전 낸 화이트 앨범도 대단하죠. 내려 놓을 걸 다 내려 놓은 상태에서 만든 이 시대의 역작은 듣기만 해도 공부가 되는 느낌이에요.”(호승)
 
밴드SURL 기타리스트 김도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들은 좋아하는 국내 뮤지션으로는 들국화, 검정치마, 혁오, 잔나비부터 방탄소년단(BTS), 지코, 아이유, 레드벨벳까지 다양하게 꼽았다. “케이팝의 낙수효과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아요. 혁오처럼 세계에 한국 밴드 음악을 알리는 팀이 되고 싶어요.”(한빈)
 
1~2년 전부터 세계 각지 페스티벌에서는 이들을 공식 초청하고 있다. 지금까지 독일을 시작으로 대만, 태국, 일본까지 총 4개국에서 열린 공연 무대에 섰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미리 잡힌 해외 스케줄이 취소, 연기되고 있지만 8월23일 대만 단독 공연 등 하반기 투어가 다시 잡히고 있다. “한국 말로 응원해주시는 독일 분들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일본에서는 미츠메라는 유명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른 것도 신기했어요.”(호승)
 
국내 단독 공연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규모를 두 배 키워 진행한다. 일정은 오는 18일 1200여 객석 규모의 서울 노들섬라이브하우스로 잡혀 있지만, 일단 끝까지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서 공연 후 팬들과 함께 사진 찍은 밴드 SURL. 사진/해피로봇레코드
 
마지막으로 신곡 ‘Ferris Wheel’을 특정 여행지에 빗대달라고 요청했다.
 
“제목과 가사 그대로, 놀이동산에 있는 대관람차가 될 것 같아요. 땅만 보이다가 점점 하늘, 구름이 보이는 현실과 이상이 교차하는 그 지점을 명확히 표현하는 거 같아요.”(호승)
 
“저는 ‘달’ 같다고도 생각해요. 인류가 갈 수는 있지만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은 아니란 점에서요.”(한빈)
 
스스로 ‘내성적’이라던 이들은 이내 쑥스럽다는 듯 시선을 땅으로 던진다. 잠깐 침묵. 
 
“버뮤다 삼각지대? 한번 빨려 들어가면 아예 빠져나올 수 없는 음악요. 출구가 없는 음악요!”
 
명석이 재기발랄한 마침표를 찍었다. 모두들 파안대소했다.
 
독일에서 리허설 중인 밴드 SURL. 사진/해피로봇레코드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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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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