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엽문4: 더 파이널’, 영춘권보다 쌍절곤만 더 진했다
1편부터 4편까지 주연 견자단 액션 은퇴작…‘비장함과 간결함’
엽문과 이소룡 그리고 견자단, 세 사람 관계 ‘추억’ ‘향수’ 자극
입력 : 2020-03-31 00:00:00 수정 : 2020-03-31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중국의 실존했던 전설적인 무술인이자 ‘일대종사’(한 분야 대가에게 주어지는 명예스런 칭호) 엽문의 일대기를 그린 네 번째 영화 ‘엽문4: 더 파이널’은 추억을 그리고 지금의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 쿵푸액션 영화답게 과장되고 다소 엉성한 화법 여기에 극단적인 중화사상과 국수주의가 영화 감정 전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엽문 시리즈가 세계적인 흥행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엽문의 실제 제자였던 ‘브루스 리’(이소룡)에 대한 추억이 아닐까 싶다. 이런 추억은 현존하는 중국 무협 액션 최고 스타인 견자단을 통해 대리 만족을 이뤄낸다. 공교롭게도 견자단은 이소룡을 흠모했던 배우였으며, 이소룡은 생전 유일하게 존경했던 인물로 스승이자 영춘권 마스터 엽문을 꼽았다. ‘엽문’ 시리즈는 견자단에게도 고인이 된 이소룡과 엽문에게도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팬들에게도 ‘추억’이란 단어 안에서 모든 감정을 소화하고 공감할 수 있는 구전 스토리다.
 
 
 
물론 영화는 오롯이 창작된 얘기를 전한다. 이번 4편은 주인공 견자단의 액션 배우 은퇴작이다. 때문에 화려함보단 비장함과 간결함이 앞선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무술을 넘어서고 싶은 주인공 엽문의 바람이 담겨 있는 듯싶다. 때문에 영화에서도 엽문은 아들 ‘엽정’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무술인의 삶을 살고 싶어하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무술을 통해 자신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무술로 인해 자신의 삶이 지배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엽문이었다.
 
1편부터 3편까지 함께 한 아내는 이제 죽은 지 오래다. 때문에 엽문은 더욱 더 아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반대로 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엽문은 결국 아들의 미래를 위해 미국행을 결심한다. 때마침 자신의 제자 이소룡의 미국인 제자가 엽문을 찾아와 가라테 대회 초청장과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전달한다. 엽문은 아들의 미래와 함께 미국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제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비행기에 오른다.
 
 
 
1960년대 후반이다. 이 시기 미국은 이민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모든 나라의 이민자를 받아 들였다.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시절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이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 이민자를 멸시하는 분위기는 극단의 인종차별주의와 마주하게 된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같은 이민자 사회에서의 분열이다. 엽문은 미국 사회에 정착한 중국 무술인 협회 자국총회 회장 ‘만종화’와 감정적 대립을 갖게 된다. 만종화는 엽문의 제자 이소룡이 서양인들에게 쿵푸를 가르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다. 반면 엽문은 이를 칭찬하며 오히려 독려해야 할 사안 아니냐는 입장이다. 엽문은 아들 엽정의 미국 유학을 위해선 만종화의 추천서가 꼭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만종화와 엽문은 이소룡 때문에 서로 반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서로에 대한 반목은 미국 사회가 이민자 중국인들에게 이유 없이 던지는 더 날카롭고 따가운 차별의 시선이 만들어 낸 상처일 뿐이었다. 엽문은 이런 사회, 그리고 기회의 땅으로 불리던 미국의 진짜 얼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들이 던지는 멸시와 차별의 시선에 엽문의 강력한 경고는 또 한 번 통쾌하고 날렵한 찌르기를 선사한다.
 
 
 
‘엽문’ 시리즈의 백미는 1편부터 이번 4편까지 언제나 항상 빠르고 화려한 견자단의 영춘권 액션 시퀀스였다. 1편에선 일본군 장교와의 ‘영춘권 vs 가라테’, 2편에선 홍콩 액션 마스터 홍금보와 함께 한 ‘영춘권 vs 홍가권’ 대결, 그리고 ‘영춘권 vs 복싱’, 3편에선 ‘영춘권 vs 영춘권’ ‘영춘권 vs 무에타이’ 그리고 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과의 실전을 방불케 한 ‘영춘권 vs 복싱’ 대결이 관객 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특히 ‘엽문3’에서 등장한 또 다른 영춘권 고수 장천지(장진)의 얘기를 그린 ‘엽문 외전’은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까지 선정될 정도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엽문’의 인기는 절대적이었다. 같은 엽문을 주인공으로 한단 점에서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2013년)도 주목된다.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 주연의 엽문 시리즈, 그리고 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 여기에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까지. 엽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액션이다. 영춘권 자체가 빠르고 화려하며 근접 전투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점은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시점샷을 통해 ‘1합에 10여차례의 주먹을 교환하는’ 영춘권의 위력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투영시킨다. 또한 시리즈에서 등장한 여러 무술 유파에 대항하는 엽문의 영춘권 스타일 변화도 세밀하지만 묘한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다.
 
 
 
사실 무엇보다 ‘엽문’ 시리즈가 영화 마니아들의 관심을 끈 것은 실제 엽문과 할리우드의 원조 쿵푸스타이자 전설적인 무술인 이소룡과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시리즈에서도 견자단과 엽위신 감독은 엽문과 이소룡의 끈을 놓치 않았다. 소년 시절의 이소룡 그리고 청년 시절의 이소룡과 미국에서 성공한 쿵푸 스타로서 주목을 받는 이소룡.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시대를 스스로 마감하고 정리하는 엽문의 표정 변화는 아련함을 더한다. 같은 중화권 출신이자 평소 존경하는 선배 연기자로 이소룡을 꼽던 견자단의 감정과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는 표정은 이소룡을 너무도 닮은 후배 배우 진국곤과의 호흡에서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엽문의 영정 사진 앞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 채 숙연하게 고개를 숙이며 참배하는 이소룡의 모습은 두 사람의 실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명장면이자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퇴장을 알린다.
 
덧붙여 ‘엽문4: 더 파이널’에는 온라인 동영상 채널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소룡의 무술 시범 영상을 고스란히 재현한 장면을 담아 내 이소룡을 좋아하던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 영화 특유의 중화사상과 민족주의 그리고 국수주의를 견딜 수 있는 관객이라면 ‘엽문4: 더 파이널’은 킬링 타임 팝콘 무비로서 손색이 없다. 기묘하게도 영춘권의 빠른 찌르기 대신 이소룡의 괴성과 쌍절곤 돌리기가 더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엽문4: 더 파이널’이다. 개봉은 4월 1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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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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