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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 또 폭락…"이젠 질적완화 필요"
금리인하·양적완화로 부족…연준이 회사채 매입해 신용경색 차단해야
2020-03-17 18:32:23 2020-03-18 07:52:40
[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로 대규모 유동성 풀기에 나섰으나 다우종합지수가 33년만에 13%에 육박하는 폭락세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국채 매입을 넘어서 회사채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양적질적완화(QQE)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각) 다우산업지수는 12.93% 폭락한 2만188포인트로 마감했다. S&P500지수도 11.98%나 하락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12.32% 밀려나 7000선을 깼다. 일일 하락률로는 1987년 10월19일 하루새 22.6% 낙폭을 기록한 ‘블랙먼데이’ 이후 최고기록이다. 
 
지난 15일 일요일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bp(=1%포인트) 인하한 것이 효과를 내지 못한 까닭이다.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이틀 남겨두고, 남은 4발의 총알을 한번에 써야할 만큼 긴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뒤이어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대책도 내놓았다. 국채 50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2000억달러어치를 각각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금리인하 카드를 쓸 수 없고, 양적완화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당장의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국채 매입에 나서는 등 유동성 공급을 크게 늘렸지만 증시는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직접 회사채 매입에 나서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뉴시스
 
이에 전 세계는 미국이 다음 단계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등 시장에서는 연준이 위기의 근원지인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치료제가 개발돼야 진정될 수 있겠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그 전에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회사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은행을 제외한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75조달러 규모에 이른다. 2009년말 48조달러에서 10년새 27조달러 증가했다. 이중 투자등급 하한선인 BBB급 회사채 비중만 절반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의 에너지기업, 항공사, 호텔은 물론 자동차 제조업체까지 신용등급 강등의 위험에 빠졌고 회사채 디폴트 위험으로 연결된 것이다. 회사채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권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있다. 
 
연준은 제로금리를 결정한 지 하루만에 5000억달러(약 620조원)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오버나이트(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를 5000억달러 한도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 1일물 레포 한도(1750억달러)와는 별개다. 연준은 2주짜리 레포도 450억달러 한도에서 운용 중이다.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월가는 연준이 직접 회사채를 매입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이를 양적완화와 구분하기 위해 ‘양적질적완화’ 또는 ‘질적완화’ 등으로 부른다. 일본은행은 이미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매입 한도를 2조2000억엔, 3조2000억엔씩 운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각각 1조엔씩을 추가하기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크 카바나 전략가는 “많은 기업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CP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CP 매각이 안 되면 결국 구조조정을 하거나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정책 중 CP와 회사채 등 신용시장 경색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는 점이 실망의 원인으로 지적됐다”며 “결국 연준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연준 규정상 국채와 MBS 외에 CP, 회사채 등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중국 관세 인하 또는 철폐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100여개 의료용품에 대해 7.5%의 수입관세를 면제키로 했다. 중국에서 마스크, 진찰용 장갑, 소독용 물티슈 등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미국이 관세를 면제한 것은 지난해 9월 12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한 이후 처음이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3일 하원 청문회에서 대중국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기업 지원에 필요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미중 무역협상에 물꼬를 터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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