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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극우세력에 기댄 황교안식 정치
2019-12-20 08:00:00 2019-12-20 08:00:00
이종용 정치팀장
황교안호 자유한국당의 '장외 정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장외집회와 단식투쟁, 국회 농성 등을 진행하면서 국회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황교안 대표와 태극기 부대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당 안팎에서도 소수 극단 세력과 공조하는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보수단체의 국회 난입 사태로 이러한 의문의 정점을 찍었다. 이날 국회의 모습은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와 다르지 않았다.
 
한국당이 주최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석하겠다며 국회 경내에 진입한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빨갱이는 물러가라" 등의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을 쏟아냈다. 국회의 저지선을 뚫고 들어온 이들은 국회경내를 휘젓고 돌아다니면서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가 하면 일부 국회의원이나 당직자에게 폭언과 폭행을 퍼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작 황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국회에 오실 때 막히고 고생했지만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규탄대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국회 내 폭력 사태 등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이를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당초 국회 사무처는 출입증이 확인된 사람들만 들여보내려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요구로 정문이 열리면서 무더기로 들어왔다고 한다. 현행법상 국회 경계 100미터 이내의 집회나 경내 집회는 불법이다.
 
한국당은 이번 국회 내 폭력 사태에 대해 오히려 문희상 국회의장과 경찰에게 책임을 돌리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한국당은 오늘(19일)까지도 이 같은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문제는 황 대표는 그동안 강경투쟁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키워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과 8월과 9월, 11월 리더십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장외집회와 삭발, 단식 등으로 이를 돌파했다. 황 대표의 '장외정치'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보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법안과 선거법 개정 협상에서 4+1 협의체에 밀려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차라리 앞으로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 보니 극우·강경 보수세력과의 연대 강화가 유일한 대안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원내 기반이 약한 황 대표로선 차라리 외부에서 확실한 우군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당 내부의 평가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당 대표가 극우세력과 동조하면서 범여권과 협상에 나서 정치적 성과를 내자는 목소리도 내기 힘든 지경이다. 한국당 스스로 제기한 이른바 '친문농단 게이트'도 자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황 대표 임기동안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는 여야 협상이 어려워지면서 공전을 거듭했고 이번 규탄대회로 인해 여야 대립은 더욱 격화되는 분위기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국회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의회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정사에 다시 한번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 역시 박근혜정부 초기에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돼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르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그 시절 절제된 언행이 장점으로 꼽히기도 했던 황 대표의 현재 이미지를 떠올리면 태극기부대와 막말, 장외투쟁, 단식, 삭발 등 단어만 부각된다. 의회주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
 
이종용 정치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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