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프론트맨) 작사가 “히트 작사가? ‘생활밀착형’ 가사의 힘이죠”
벤 ‘180도’부터 엠씨더맥스 ‘그대가 분다’까지
히트 작사가가 생각하는 한국 발라드의 미래
“‘다작’의 비결은 결국 ‘다작’”
입력 : 2019-12-03 16:06:00 수정 : 2019-12-03 16:06:00
[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아름다운 멜로디, 악기들의 하모니, 가수의 호소력 짙은 음색, 감성을 두드리는 가사가 한데 모여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 이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음악으로부터 받는 위로다. 가사는 그 위로를 구체화해 공감으로 이끄는 촉매제다. 배경을 펼친 후 상황들을 제시하고, 어떤 말을 뱉으며 눈물을 쏟아낼지는 작사가들의 몫이다. 민연재는 그 몫을 해내는 데 있어서 언제나 탁월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민연재는 언제나 음악을 곁에 뒀다. 우연한 계기로 바이브 윤민수와 인연을 맺었고, 더 네임 그녀를 찾아주세요를 통해 작사가로 입봉했다. 이후 엠씨더맥스 그대가 분다’, 포스트맨 신촌을 못가’, 포맨 못해’, 신용재 가수가 된 이유’, 케이윌 니가 필요해’, 열애중’, 바이브 가을 타나 봐’, 정혜진과 윤민수의 술이 문제야등 리스너들의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발라드 곡들의 노랫말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엑소(EXO), 워너원(WannaOne) NCT127(엔씨디127), VIXX(빅스), 미쓰에이(Miss A)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리며 장르를 넘나드는 작사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발라드에 보이는 뚜렷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생활밀착형가사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사물과 풍경들에 영감을 받아 쓴 가사는 리스너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공식이 됐다. 민연재는 이 공식을 만들어낸 작사가 가운데 하나다. 신촌과 얽힌 연인과의 추억에 대한 소회(포스트맨 신촌을 못가’), 식탁에 앉아 이별에 눈물 짓는 것으로 시작하는 일상(포맨 못해’), 취기와 함께 오르는 지난 사랑에 대한 그리움(장혜진, 윤민수 술이 문제야’) 등 그가 그 동안 선보여왔던 가사들은 모두 우리의 삶의 면면과 맞닿아있다.
 
작사가 민연재.
 
Q. 최근 발라드 시장이 강세였고 작사가 민연재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발라드가 한창 침체기에 있었어요. Mnet ‘쇼미더머니로 힙합 쪽이 강세를 보였고 아이돌 시장도 꾸준히 사랑 받았으니까요. 최근 들어서 발라드를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게,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사랑 받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Q. 전업 작사가가 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작사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제 가사의 퀄리티가 떨어진 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전업 작사가가 될지, 그냥 하던 일을 할지 고민했어요. 가장 큰 고민은 수입이었어요. 회사는 안정적이었고 당시 제 저작권료는 많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돌아보니 회사가 영원히 안정적일 거라는 보장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차피 둘 다 안정적이지 않으면 좋아하는 걸 해야겠다 하고 시작하게 됐어요.”
 
Q. 작사하면서 나름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제 가사가 돋보이는 걸 좋아해요. 나쁘게 말하면 선을 넘는 거죠(웃음). 그냥 제 노랫말이 달리 들렸으면 좋겠어요. 튀지 않는 것도 가능 한데,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남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포맨의 그 남자 그 여자라는 노래가 있어요. ‘라면을 끓여도 괜히 니 생각이 나서 그릇을 놓아도 꼭 두 개를 놓고하는 가사를 썼는데 회사에서 라면은 너무한 거 아니야?’라고 하더라고요. 막상 녹음을 하니 신용재 씨가 노래를 너무 잘 하니까(웃음), 그 라면조차 슬프게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그 가사로 확정됐었어요.”
 
Q. 작사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게 되는가.
“의도적으로 일상에서 많이 받으려고 해요. 제 신념 중에 하나는 사람들이 다양한 환경에 놓여있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거예요. 가요의 경우에는 사랑노래가 많잖아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은 비슷할 거예요. 저 역시 그렇게 비슷한 사람 중에 하나니까, 일상 속에서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공감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Q. 그렇게 일상에서 얻은 영감으로 쓴 가사가 생활밀착형이라는 수식어를 만든 것인가.
일상에 있는 시각적인 것에 초점을 두고 작업하다 보니 그런 말을 붙여주신 것 같아요. 가사 없이 멜로디를 들으면 사람마다 다른 것을 펼치게 되잖아요. 다양한 색깔, 혹은 감정이 있고 가사는 그걸 구체화 해요. 가사에는 이미지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해요. 저는 가사로 내가 이렇게 슬퍼라고 설명하는 대신, ‘슬픈 장면을 보여주게 됐어요. 여기에 일상 생활에서 얻게 되는 소재들. 카페, 술집, 골목 등이 들어가고, 그래서 생활밀착형이라는 말을 붙여주신 것 같아요.”
 
Q. 민연재의 대표적인 생활밀착형작품에 대해 소개해주자면?
포맨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은 이름 자체가 실화에요. 앨범을 기획할 때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작업하게 됐어요. 타이틀곡 가사 신천역 4번출구 앞이야부분도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장소라 넣게 됐어요.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지 못할 장문의 글을 쓰고, 그 글 안에서 많은 키워드를 가져와서 가사로 만들게 됐어요. 앨범 자켓에 넣은 추억의 물건 이런 것들도 모두 앨범 참여했던 스태프들의 실화에서 소스를 가져와서 구성했어요.”
 
작사가 민연재.
 
Q. 단순히 리스너들이 좋아할 가사를 쓰는 것에서 나아가, 앨범 전체적인 콘셉트를 비롯, 홍보 포인트를 두고 작업하는 경우도 있는가.
최근 몇 노래들은 그런걸 염두에 두고 작업했어요. 저는 철저하게 대중예술을 하고 있어요.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게, 그리고 좋게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직업이에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에게 단순히 노래를 들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양한 컨텐츠로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요. 아이돌이 무대와 비주얼에 투자를 한다면, 발라더는 다른 방법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가사는 그 방법을 만들 수단 중에 하나고요.”
 
Q. 벤의 ‘180도 그런 과정으로 작업하게 된 것인가. 노래가사가 앨범 전체적인 콘셉트에 녹아 들었던 것 같다.
연인이 180도 변한 모습을 가사로 썼고 그걸 이미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센스 있게 그걸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주셨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해서 벤이 거꾸로 담긴 앨범을 내게 됐어요. 최근에 앨범 오프라인 판매점에 가니까 그걸 또 거꾸로 진열해 놨더라고요(웃음). 단순히 노래가 좋다는 걸 떠나서 이미지를 비롯한 다양한 측면으로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발라드 작사가로 유명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도 작사했었다. 작업 방식에 대한 차이점이 있는가
아이돌 가사도 발라드처럼 이미지로 접근했어요. 대신 뭔가 눈에 보이는 실존적인 것보다는 개념적인 이미지가 더 중요해요. 태민의 ‘Thirsty’라는 곡이 있어요. 갈증, 목마름이라는 키워드에서는 사막, 오아시스와 같은 단어들을 연결할 수 있어요. 마치 마인드맵을 그리듯이 큰 키워드를 하나 두고 가사를 썼어요.”
 
Q. 다작을 하는 작사가로 유명하다. 비결이 무엇인가.
다작의 비결은 다작이에요(웃음).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저 역시 전업 작사가가 아니었을 때가 있었어요. 일 때문에 지쳐 있지만 곡이 하나 들어오면 가사는 두 개 이상 작업해서 보냈어요. 해답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니까요. 작업이라는 건 모든 게 연결되는 거에요. 하나가 돼야 다음 작업이 들어오니까, 놓지 않고 계속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민연재는 인맥이 좋은 작사가로도 알려져 있다.
엔터테인먼트는 철저히 사람과 사람으로 움직이는 일이잖아요. 가수도, 작곡가도, 마케팅하는 사람도 모두 사람이에요. 그냥 작업해서 가사 보내고 끝이 아니라, 그 노래가 만들어지는 녹음실에 자주 가려고 했어요. 현장에서 가수가 불편하게 느끼는 발음이 있으면 바로 고칠 수 있고, 제가 뭔가 끝까지 책임을 지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좋아했어요. 덕분에 뮤지션들과 자연스럽게 연대가 생겼어요.”
 
Q. 최근 음원 차트에서 발라드가 강세다. 그 발라드들의 공통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제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노래 속 상황의 디테일, 한 줄에서 오는 강렬함, 이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상황의 디테일함을 잘 전달하려다 보니 노래의 제목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짧고 강렬한 제목을 선호했어요. 하지만 잔나비가 긴 제목의 노래를 발매했고, 지금은 많은 뮤지션들이 그걸 이어가고 있어요.”
 
Q. 발라드 열풍이 단순한 유행으로 끝날까 하는 두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가요계 트렌드가 과거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발라드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트렌드가 생겼고 이에 발맞춰 가고 있어요. 방금 말씀 드린 것처럼 긴 제목의 노래가 히트하니까 이후부터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대중이 피로감을 느낄까 걱정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Q. 라라스튜디오를 만들어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교육을 진행하고, 입봉 기회를 드리고 있어요. 제가 시작할 당시에는 딱히 교육 시스템 같은 게 없었어요. 그 동안 활동하면서 부족하지만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고 그걸 잘 전달해보고 싶었어요. 앞으로 이 활동을 조금 더 키워나갈 생각이에요.”
 
Q. 소유X정기고의 은 많은 작사가들이 협업해 탄생된 노래로 알고 있다. ‘은 작사팀이 협업해 만들어진 노래인가.
제 기억으로는 아마 18일이라는 팀이 최초의 작사팀이에요. 2014년에 결성됐다고 알고 있어요. ‘의 경우에는 팀으로 결성돼서 작업한 것은 아니고 많은 작사가들로부터 가사를 조합해서 만들게 된 노래에요. 작곡가들은 잘 뭉치는 데 작사가들은 그런 게 없으니까, 앞으로는 작사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Q. 작사가로서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
저는 진짜 그냥 열심히 하고 싶어요. 어떤 분들은 다작하면 네가 소진되니까 아껴라라고 말하기도 해요. 생각 끝에 그건 각자의 선택이라고 봤고, 저는 그냥 많이, 오래 하고 싶을 뿐이에요. 대중가요의 가사를 쓴다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있을 거고, 그 메시지들은 듣는 사람이 있는 한 살아있을 거에요. 그리고 예전에 윤민수 씨랑 취해서 한 이야기가 있어요. ‘적어도 100년은 가는 노래를 만들자. 손주가 들을 노래 하나 만들자는 내용이었어요. 정말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작사가 민연재.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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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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