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체류기간 연장' 난민인정 신청자에 출국명령, 위법"
"A씨 자진출국 의사 확인 안돼…행정청 재량권 남용"
입력 : 2019-12-02 16:04:29 수정 : 2019-12-02 16:04:29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난민인정 신청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난민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난민인정 신청자의 출국명령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실상 운영되고 있는 출국명령 실태에 대한 강도높은 지적도 있었다.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등으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 출신 중학생 김민혁군이 난민 재심사를 받은 아버지와 함께 청사를 나서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날 김 군의 아버지는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인도적 체류' 결정을 받았다. 기사내용과는 무관. 사진/뉴시스
서울행정법원 김주현 판사는 지난달 난민인정신청을 한 A씨가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세종로출장소장을 상대로 낸 출국명령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3월 체류기간이 만료됐지만 출국하지 않고 대한민국에 체류하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에게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체류기간을 연장하라는 안내를 받고, 사흘 뒤 출장소를 방문했다. 이때 담당 공무원은 A씨에게 출국명령서와 출국기한 유예신청서를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서명할 것을 요구했고 A씨는 이 같은 출국명령이 절차상 적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난민인정 신청자에 대한 난민인정 심사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이 있을 경우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한다"며 "국가 안보에 대한 위험이 있을 경우 등이 아닌 예외의 경우에도 강제소환금지의 원칙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출입국관리법은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을 어긴 외국인에 대해 지방출입국 외국인관서의 장은 이들을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난민법은 난민신청자의 난민인정 여부에 관한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법적으로 난민인정자 및 난민인정 신청자에 대한 강제송환은 금지돼 있다.
 
다만 "출국명령의 요건인 자진 출국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통역 및 번역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를 제공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서명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소 성급하게 서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절차상 하자 내지 실체적 요건의 미비를 지적하는 원고 주장은 이유있다"고 판시했다.
 
또 출국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자진출국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A씨의 자진 출국 의사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확인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출입국사범 심사결정 통고서에 A씨의 자진출국 의사를 확인하는 취지의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출국명령 대상자에 대한 출국명령 발령여부가 행정청의 재량행위로, 이를 남용했다고 봤다. 법무부의 난민인정 심사 처우 체류 지침에 따르면 난민인정 신청자가 난민인정 시청을 했을 다시 체류기간을 도과한 상태라면, 보호조치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 출국명령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체류기간 도과일수가 30일 이하인 자와 31일 이상인 자로 분류하고 있을뿐, 체류기간을 넘겨 난민인정 신청을 하게 된 사정, 인도적인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 있는지 여부, 난민인정 신청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는 여러 개별적 사정들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재량행위인 출국명령을 사실상의 기속 행위로 변경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는 행정소송 확정 시까지 불법체류자와 같은 불안정한 지위에 있게 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원고에 대한 출국명령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크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14일 오전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23명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발표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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