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IB&피플)정명재 김앤장 자본시장그룹 파트너변호사
“자본시장 성장 위해 디스클로저 부실기재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 필요”
“M&A 핵심은 공정성…장기적 이익 지향해야”
“은행의 바젤III 대응 참조하면 하이브리드채 부채분류도 소화 가능할 것”
입력 : 2019-11-20 08:30:00 수정 : 2019-11-2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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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증권신고서 등 디스클로저(Disclosure)의 부실기재에 대해 보다 엄격히 법 집행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신뢰 하락 등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자본시장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한국 자본시장 역사를 매번 다시 쓰고 있는 정명재 김앤장 파트너 변호사는 이처럼 뼈 있는 조언을 시장에 건넸다.
 
정명재 김앤장 자본시장그룹 파트너 변호사. 사진/김앤장
 
ECM, DCM 등 기업의 자본조달을 위해서는 일단 거래구조가 짜여야 한다. 구조에 문제가 없다면 발행사 실사 등을 거쳐 디스클로저(Disclosure) 즉, 투자설명서 혹은 증권신고서를 만든다. 이후 기재부 인허가 등을 거쳐 계약이 체결된다. 투자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제반 문서에는 당연히 중요사실의 허위기재나 기재누락이 없어야 한다.
 
당연히 변호사가 문서 등을 검토할 것 같지만, 정 변호사에 따르면 오히려 한국에서 변호사가 IPO, 회사채 등 제반 자본조달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다. 디스클로저, 계약서 등을 주관사 등에서 자체 작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감독원 등은 발행사와 주관사 등에게 각종 제재를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는 검찰의 기소 근거가 되기도 한다. 또한 민사적 측면에 손해를 본 투자자들도 집단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실제에 있어서는 세 가지 방법 모두 발행사나 주관사 등에게 매우 큰 위험으로 여겨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명재 변호사는 “실무상으로는 형사처벌보다는 행정제재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과징금의 최대 상한이 20억원에 불과하다보니 이러한 제재들이 실효성 있는 억제책이 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규모가 크지 않아 집단소송에 적극 참여할 유인도 적다.
 
따라서, 발행사나 주관사 입장에서는 부실기재로 인해 부담할 수 있는 위험이나 비용의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로서는 굳이 법적 자문비용을 선제적으로 쓰기보다는 문제 발생 후 대처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기가 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대한 법 집행은 모든 사람들의 손해로 돌아갈 수 있고 결국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법 집행이 지금보다 엄격해진다면 투명한 자본시장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이는 투자자들이 보다 안심하며 투자하고, 발행자는 원활히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법 집행에 대해 미국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은 제반 잘못에 대한 금전적 손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작업에 변호사가 참여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제재벌이나 배상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투자자들도 아주 적극적으로 집단소송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손해발생의 가능성은 더욱 증가한다. 이 같은 집행 수준을 고려하면 발행단계에서 자문비용을 쓰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정명재 변호사는 1999년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판사로 법조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 판사직을 그만두고 김앤장에 합류했다. 이후 정 변호사는 자본시장 변호사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매년 조 단위의 딜이 그의 손에서 성사되고 있다.
 
“판사는 부친과의 타협이었다.(웃음) 부친이 무역업을 하시다 보니 나 또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아졌다. 대학 재학 중에도 기업 관련 변호사가 되고 싶었고, 법무관 제대 후 로펌에 가겠다고 말씀드리니 부친은 외려 크게 반대하셨다. 그래서 법원에서 1년 머물러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결국은 원래 길을 찾아온 셈이다.(웃음)”
 
특히 정명재 변호사는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하이브리드채(신종자본증권) 국내 최초 발행을 자문한 바 있다. 2012년 CJ(001040) 인도네시아법인이 CJ 본사의 보증 하에 국내에서 아리랑본드의 형태로 최초 발행했고, 같은 해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국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5억달러 해외 발행했다. 모두 정 변호사가 자문했다.
 
“국내 최초이다 보니 하이브리드채 발행작업이 우리 법제와 충돌하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다. 투자은행(IB) 등과 적극 협업했고, 개인적으로도 공부를 많이 했다. 당시 금융감독당국이 하이브리드채를 자본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결국은 자본으로 인정받았다. 그 영향으로 하이브리드채 초기 발행을 두루 맡았다. 이후 우리가 만든 계약서가 자본시장 내에서 표준처럼 됐고 지금도 그대로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부심이 느껴진다.(웃음)”
 
정 변호사는 ECM 부문에서도 크게 활약하고 있다. 지난 9월 국내외 주목을 받으며 상장했던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 지역사업체 ‘버드와이저 브루잉’의 홍콩시장 상장도 그의 손을 거쳤다.
 
“중국, 한국, 호주 등 아태지역 비즈니스가 한 비히클(Vehicle)에 담겨있다 보니 특정 나라에서의 특정 기업 상장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웠다. 다국적 기업이고 특히 지배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지배구조를 정의하고 재구축하는 작업들이 상당히 복잡했다.”
 
정 변호사는 주니어 시절인 지난 2004년에 LG필립스(현 LG디스플레이)의 한국-미국 동시상장 자문도 맡았다. 이 역시 국내 최초다.
 
“당시 자본시장 내 동시상장 움직임이 여럿 있었고, 감독 당국도 동시상장 필요성에 동감했다. 그러나 국내 규정이 동시상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쓰여있어 그 규정을 지키다 보면 동시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관련 논문 발표 등을 통해 규정 개정 작업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특히 다른 법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이후 당국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제반 협의를 통해 희망하는 대로 규정개정을 이뤄냈다. 이때 정말 밤을 많이 샜다.(웃음)”
 
정명재 김앤장 자본시장그룹 파트너 변호사. 사진/김앤장
 
다음은 정명재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굵직한 M&A 자문을 많이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딜은?
 
△지난해 클로징 한 ADT캡스 인수가 기억에 남는다. 고려할 이슈가 많았다. 우리가 자문을 맡은 매수인 측은 SI-FI 컨소시엄이었고, FI도 다수 펀드 컨소시엄으로 구성됐었다. 매수인 간 이해관계 조정 측면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 딜이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시간 압박도 받았다.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공정성, 특히 위험의 공정한 분배다. 기업은 각각의 면모가 다르고 유기적인데, M&A는 이 같은 계속기업을 어느 시점에 횡단면으로 잘라서 사고파는 일이다. 결국 매도-매수인이 제반 위험들을 나눠가져야 하며, 공정성은 이를 적절히 구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인 것 같다. 추가 설명을 부탁한다.
 
△위험분배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인 진술 및 보증을 예로 들어 보겠다. 기본적으로 매도자는 일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대상회사의 각종 성상에 관하여 진술하고 보증한다. 그리고, 매수자는 그 진술 및 보증을 토대로 가격을 결정하여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매도인 측에서 가끔 이런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대주주이지만 경영 등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므로 진술 및 보증을 할 수 없다.” 이 말인즉 회사 영업에 수반되는 위험을 오로지 매수인이 지라는 말이다. 하지만 해당 위험의 원인과 기초가 되는 사항에 가까운 것은 당연히 그간 회사를 지배하면서 경영을 해왔던 매도인 측이다. 이러한 일이 공정성에 반하는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공정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가?
 
△없다. 매도인이 여기까지 책임지면 공정하고, 이 선을 넘으면 불공정하고 이렇게 말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오랜 거래관행에서 합리화된 것이 있고 이는 대체로 공정성에 귀결한다.
 
-그렇다면 공정성을 기브 앤 테이크로 이해해도 되는가?
 
△기브 앤 테이크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별개다. 정답은 없지만,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공정성 기준을 넘어서는 위험부담요구를 지양해야 한다.
 
- 공정성 추구는 클라이언트 이익 극대화라는 측면과 상충하는 것 같다.
 
△당연히 클라이언트는 가급적이면 위험부담을 덜어내려 한다. 시장 관행을 무시하는 행동을 한두 번쯤은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쌓이면 결국 평판이 나빠진다. 눈앞의 욕심은 결국 장기적 이익을 해한다. 물론 변호사는 클라이언트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이익은 단기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으므로 제반 측면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한다. 반대로 상대가 불공정한 위험을 요구하면 강하게 푸시백 한다.
 
-최근 하이브리드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 회사채 발행 자문과 무엇이 다른가?
 
△일단 발행조건이 크게 다르다. 하이브리드채가 현행 회계기준 상 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발행자의 원리금 상환의무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 만기가 없고, 이자지급 의무도 없는 이유다. 이자지급 의무가 없으려면 이자지급 기일에 이자를 지급할지 여부도 발행사 재량에 맡겨져야 한다.
 
쉽게 말해, 이자를 못 받아도 이를 달라고 할 수 없고, 돈을 갚는 것도 빌리는 측 마음이라는 의미다. 이런 조건이라면, 하이브리드채에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큰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여러 가지 제약을 만든다.
 
가장 큰 것은 디비던드 스타퍼(dividend stopper)다. 이자를 미지급할 경우 배당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즉, 이자 지급을 늦출 수 있지만, 늦출 경우 대주보다 후순위에 있는 보통주주 등에게 지급 또는 배당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비던드 푸셔(dividend pusher)도 있다. 최근에 대주보다 후순위 혹은 동순위에게 지급 또는 배당을 했다면, 이자 지급을 연기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변호사는 최근의 범위 및 동순위 포함 여부 등을 고민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협상포인트도 만든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하이브리드채를 부채로 분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 부탁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행 조건으로 발행된 하이브리드채는 더 이상 자본인정을 받기 어려워진다. 당연히 기업 자금조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은행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을 참고할 수 있다. 바젤I의 신종자본증권 기준이 현재 IFRS 자본인정 기준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리만사태 이후 바젤I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반성이 있었고, 제반 기준이 강화돼 바젤III가 됐다. 현재 은행은 바젤III에 대해 신종자본증권을 소화하고 있다. 이를 참고하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향후 M&A 등 자본시장 전망을 부탁한다.
 
△국내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시각은 M&A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거래숫자는 줄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시장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고 대부분이 PEF에 있기 때문에 거래 감소 폭은 크지 않을 것 같다.
 
해외(Outbound) M&A도 많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FI보다는 SI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PEF 중에도 아웃바운드에 눈을 돌리는 하우스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 더욱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로서 꼭 지키고 싶은 덕목을 말해달라.
 
△자본시장 변호사는 고객 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합법성과 공정성이라는 대원칙도 지켜야 한다. 이들을 맞물리며 나아가면, 결국 클라이언트의 장기적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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