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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의 한 수: 귀수편’ 권상우 “맹기 바둑보다 더 어려운 건…”
“내게 들어온 액션 장르, 1초의 고민 없이 선택…감독님 만나 ‘확신’”
“대역 없이 액션 소화…’몸짱’ 아닌 내 이름으로 인정받는 배우 소망”
2019-11-11 00:00:01 2019-11-11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권상우에겐 코미디의 피가 흐른다. 영화 탐정시리즈가 그것을 증명한 바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 최고 흥행작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또 어떤가. 최근작 두번할까요에서도 여실히 증명했다. 이들 작품 외에도 그의 출연작 들을 살펴보면 코미디의 DNA는 권상의 피를 타고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권상우에게 액션을 빼면 뭐가 남을까란 질문도 하게 된다. 그의 출세작이자 화제작이며 지금까지 권상우를 거론하게 만드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액션 시퀀스를 기억해 보자. 데뷔 초기에 몰려 있는 대놓고 남성미를 풍기는 여러 영화들은 또 어땠나. 그래서 권상우는 양극단을 치고 달리는 모습에서 기묘하게도 희화화의 대상으로 거론된 몇 안 되는 배우이기도 하다. 물론 안방극장에선 멜로의 단골 주인공이었다. 본인이라면 어떨까. 그 멋들어진 몸을 갖고 DNA 밑바닥에서 근질거리고 꿈틀대는 액션의 정서를 누를래야 누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의 권상우는 그래서 너무도 강력했고, 우리가 원했던 액션 권상우그대로였다.
 
배우 권상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만난 권상우다. 권상우가 긴장을 하고 있었다. 워낙 오랜 시간 만나온 권상우이기에 그의 성품과 현장 경험 여기에 작품마다 언론과 만나는 태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장르에 따라 자신의 컨디션 색깔을 맞춰왔다. 코미디 장르에선 누구보다 유쾌한 권상우였다. 멜로에선 누구보다 달콤하고 달달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번엔 액션이다. 그런데 조용하고 긴장 중이다. 태풍 이전 고요함이 느껴질 정도다.
 
너무 긴장이 되요. 제가 진짜 오랜만에 액션을 하잖아요. 진짜 몸도 독하게 만들었어요(웃음). 이젠 나이가 들어서 몸 만드는 것도 쉽진 않더라고요. 하하하. 이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단 1초도 고민을 안 했어요. 제가 요즘 어떤 이미지이고 절 어떻게 보시는 지 너무 잘 알죠. 그런데 이 정도의 액션 냄새가 나는 작품이라니. 이건 고민을 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리고 정우성 선배 주연의 1편을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그 작품 속 의문의 인물인 귀수를 제가 연기한단 것에 짜릿함이 왔죠.”
 
어쩌면 권상우의 어떤 간절함이 이 영화로 그를 이끌어 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연출을 맡은 리건 감독은 권상우의 그런 간절함이 필요했다고 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발휘해 왔지만 남성미의 태생적 욕구인 액션 장르에 대한 바람은 언제나 있어왔다. 결혼 이후 더욱 더 멀어진 것 같은 이 장르와의 만남이 그래서 더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리건 감독과의 만남 일화는 이랬단다.
 
배우 권상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읽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감독님이 어떤 영상을 보여주셨어요. 할리우드 영화 100편 이상에서 나온 여러 장면을 짬뽕시켜서 만든 영상인데 난 이런 느낌으로 영화를 만들 것이다라고 설명을 하셨죠. 그 영상 때문이라고 하면 뭐하지만 이 감독님, 뭔가 사고 크게 치시겠다란 느낌이 오더라고요. 확고한 믿음이 생기고 바로 손을 덥석 잡았죠(웃음). 근데 현장에서도 그런 믿음은 확실하게 증명하시더라고요. 진짜 완벽하셨어요. 리건 감독님과 오래 가고 싶습니다. 하하하.”
 
바둑이 소재이고, 또 장르적으론 액션 영화다. 구성 자체는 완벽하게 만화적인 느낌이다. 전체적인 구성이나 이른바 톤 앤 매너는 기존 상업 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질감이 강력하다. 어차피 배우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연기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미지를 구상하고 현실로 끌어 내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지만 너무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란 지적도 있다. 주연 배우로서의 입장은 이랬다.
 
맞아요(웃음). 만화도 이런 만화가 어디 있겠어요. 사실 진짜 황당한 얘기잖아요. 그런데 결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쁘지 않잖아요. 하하하. 전적으로 감독님의 공이에요. 90% 이상은 감독님의 실력입니다. 바둑에 대한 소재적 특징도 정말 많이 파악하고 준비를 하신 거죠. 1편과 달리 이번 귀수편은 바둑 하나로 모든 걸 얘기해요. 귀수도 그렇고 악인들도 그렇고 승패에 구태 의연하게 다른 행동을 안하죠. 되게 정직한 사람들의 얘기를 아주 정직한 싸움인 바둑으로 녹여 낸거에요. 그걸 느끼고 보시면 재미를 더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 권상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바둑 영화이니 바둑에 대한 궁금증을 당연히 안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권상우의 바둑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바둑이란 단어만 알았을 뿐, 바둑과는 전혀 상관 없는 문외한 이었단다. 그래서 준비 기간 동안 몸 만들기와 함께 프로 기사에게 바둑의 디테일을 배워나갔다고. 귀수는 신의 한 수세계관에선 절대자와 같은 존재다. 그래서 모든 바둑 형태에 통달해 있어야 했다.
 
“(웃음) 그냥 바둑이 뭐다이 정도만 알고 있었죠. 1편에도 함께 하셨던 프로 기사님이 이번에도 도움을 주셨어요. 꽤 재미있었죠. 상대와의 수싸움이 이런 맛이구나란 것도 느끼고. 영화에선 크게 4가지 바둑 형태가 등장해요. 특히나 장성무당과의 일색 바둑은 좀 신기하기도 했죠. 그리고 귀수의 전매특허인 맹기바둑. 이건 실제 엄청난 실력의 프로 기사님들도 120수에서 최대 150수까진 가능하시다고 해요. 물론 그 이상은 불가능하시대요. 반면 진짜 말도 안되는 불가능한 대국은 1 100 다면기 바둑이죠. 프로 기사 100명을 상대로 1 100 싸움을 하는 거잖아요. 이건 그냥 영화래요(웃음).”
 
바둑이 소재이지만 액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신의 한 수: 귀수편이다. 의외로 이번 영화는 정우성 주연의 전편 보다 액션 분량이 많지 않다. 하지만 체감은 더욱 더 강력하다. 그래서 일부 관객들은 잔인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권상우는 이런 점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하면서도 바둑이란 소재로 절묘하게 결합된 각각의 액션 시퀀스 구성이 드러낸 효과일 것이라고 전한다.
 
배우 권상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진짜 입에 단내가 나도록 몸을 만들고 준비를 했죠. 그런데 액션 장면은 사실 되게 많진 않았어요. 골목길 액션하고 화장실 액션, 외톨이와의 대결이 이 세 개가 전부에요. 이 세 개 액션을 보시면 단순하게 보여주기 액션이 아니라 각각의 대결 색깔에 맞는 구성이에요. 보시면 근래 본 적 없는 액션 장면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특히나 화장실에서 랜턴 하나에 의지해 찍은 장면은 저도 신기하면서도 힘들었죠. 참고로 모든 액션은 제가 대역 없이 전부 실제로 했습니다. 하하하.”
 
권상우는 바라는 게 명확했다. 당연히 이번 영화의 흥행은 첫 번째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돌려지길 원하는 것 같았다. 좋던 싫던 그에게 10여년 전 출연작인 말죽거리 잔혹사는 여전히 영광과 올가미 두 가지로 그를 올가미처럼 죄고 있었다. 이제 그는 신의 한 수: 귀수편을 통해 모든 것을 떨쳐 내보고자 한다.
 
배우 권상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직도 절 보시면 말죽거리 잔혹사를 제일 먼저 떠올리세요. 감사하죠. 고맙고. 그런데 한편으론 난 그 시절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 건가싶어서 서글플 때도 많아요. 40대 중반에 이런 작품을 만났으니 권상우의 진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권상우는 몸짱이란 등식이 아니라 권상우는 액션과 코믹을 넘나드는 배우, ‘권상우가 출연하면 한 번 봐야지란 말을 꼭 들어 보고 싶어요. ‘신의 한 수: 귀수편은 평생을 갈지 모를 저의 연기 생활의 터닝 포인트인 셈이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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