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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퍼펙트맨’, 우리가 잊고 지낸 가장 흔한 사람 얘기
‘언터처블: 1%의 우정’ 기본 설정 속 두 남자 성장담 ‘주목’
다른 목적 같은 방향 걷는 두 남자…결국 같은 목적 ‘확인’
2019-09-23 00:00:00 2019-09-24 08:45:0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남자가 한 번 대차게 퍼펙트하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나!!!”. 건달 영기(조진웅)는 오른손과 목 위쪽만 움직일 수 있는 거대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에게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이렇게 쏟아낸다. 벨벳 점퍼에 유치한 스타일의 패션 감각, 하지만 부산 지역에선 방귀 좀 뀐다는 조직의 임원.그런데 후배에게 밀리고 무시 당하는 삼류 건달. 영기는 순수한 목적을 갖고 있다. 건달 자체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즉흥성은 없다. 돌발적인 행동 역시 없다. 누군가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권력 지향적 목적 의식도 없다. 그럼에도 영기는 이 조직의 임원으로 버젓이 자리를 하고 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도 버티는 것은 동생에 대한 마음 때문이다. ‘대차게 퍼펙트한 삶을 꿈꾸는 영기는 뭔가 한 번 크게 한 탕을 해서 동생과 멋들어진 삶을 꿈꾼다. 물론 그게 뜻대로 된다면 꿈이겠는가. 영기의 꿈 얘기에 장수는 콧방귀를 뀐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 같냐라고. 이 영화, 퍼펙트의 기준을 말한다. 무엇이 완벽한 것이고, 그래서 완벽함은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것인지. 영화 퍼펙트맨이다.
 
 
 
퍼펙트맨의 스토리 동력은 돈이다. 돈은 힘이다. 돈은 권력이다. 돈은 꿈이 될 수도 있고,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삶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이 영화에 담겼다.
 
삼류에 가까운 건달 영기는 동생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남자다. 스스로가 건달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이별하고 어린 영기는 홀로 동생을 돌봤다. 어린 영기에게 세상은 힘이었다. 그래서 그는 건달을 선택했고, 돈에 목적을 뒀다. 물론 방식이 문제다. 대책 없는 그의 허세와 긍정 마인드는 수습 불가의 사고를 만들어 냈다. 조직 보스(허준호)의 돈 7억원을 고스란히 주식에 투자했다가 날렸다. 영기의 제안에 보스의 돈을 관리하던 대국(진선규)까지 난처해졌다. 영기와 대국은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죽마고우다. 이제 두 사람은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그 허세가 어디 가랴. 조직의 후배가 자신을 밀어 내고 앞서 나가는 것에 배알이 꼴렸다. 술김에 사고를 치고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됐다. 영기는 가까스로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풀려난다. 그리고 만난 사람이 바로 전신마비 환자 장수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 사진/쇼박스
 
장수는 죽음을 앞둔 환자다. 두어 달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연명 치료조차 거부하고 있다. 장수에게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로펌에선 임원들이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장수는 이 모든 게 싫다. 이미 전 재산도 기부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생명 보험금뿐. 이렇게 살 다 의사의 말 대로 두어 달 뒤 죽으면 12, 사고로 죽으면 27억의 보험금이 지급된단다. 평생을 기득권, 우리 사회의 꼭대기에서 살아 온 장수의 마지막이 겨우 돈 몇 푼으로 마무리를 한단다. 장수는 헛웃음이 나온다. 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왔었는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손에 쥐고 놓치지를 않았는지.
 
그렇게 삶을 포기한 장수의 눈에 영기는 색다르고 괴상한 인간이다. 돌발 변수를 예측하기 힘들다. 만취 상태로 자신을 끌어 안고 잠을 자기도 한다. 물을 달라고 하면 들은 채도 안하고 자신이 먹는다. 봉사와 수발을 받아야 할 장수가 오히려 수발을 들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장수, 무언가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영기의 이런 돌발적 활기에 조금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려고 한다. 삶에 대한 의지를 다잡는 게 아니다. 이렇게 마침표를 찍기에는 아직 마음에 걸리는 게 생각이 났다. 장수는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영기를 통해 하나씩 지워 나간다. 영기는 장수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하고 대가로 보험금 12(또는 27)을 약속 받는다. 이제 두 사람은 같은 듯 다른 목적을 향해 한 몸이 된다. 물론 두 사람은 서로가 한 곳을 바라보고 함께 길을 걷고 있단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 사진/쇼박스
 
너무도 익숙한 설정이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흥행한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영화와의 연결 고리는 없다. 기본적인 설정의 기시감은 있을 뿐, 완벽하게 다른 영화다. 두 남자의 성장담에 시선은 향한다. 영기의 성장담은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상처와 그것을 바라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정체성 회복이다. 스스로도 몰랐다. 몰랐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영기는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의 내면 속 순수함의 결정체가 자신의 겉모습을 짓누르고 있었단 점을. 그래서 언제나 건달로서 일류가 아닌 삼류의 허세 속에서 자신을 감추고 살려고 노력했다. 그건 조직의 보스조차 눈치채고 있었다. 영화 마지막 영기를 위한 보스의 결정도, 죽마고우 대국의 끈끈한 우정도 모두가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가능하다. ‘퍼펙트맨속 세상은 겉으론 거친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야생의 그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그들의 삶은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하는바람의 표상이다. 결과적으로 영기도 보스도 대국도 스스로가 바라보지 못했던 진짜 자신의 퍼펙트를 영화 마지막 제대로 직시하고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을 우리는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의 기준으로 말하기엔 영화적 시선이 너무 따뜻하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 사진/쇼박스
 
영기의 이런 내면을 흔들고 제대로 그것을 바라보게 도와 준 것은 장수의 역할이다. 굳게 닫힌 영기의 내면 속 문에 걸린 자물쇠를 여는 데 장수의 천진난만함은 거부할 수 없는 힘이다. 영기를 당황하게 만드는 의도된 사고의 연출 속에서 장수는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이 과정은 역으로 영기의 굳게 닫힌 내면의 의식을 일깨워 준다. ‘을 위해 자신의 삶과 삶의 목적을 끌고 갔던 영기는 점차 모든 것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시한부 인생 장수의 모습에서 다른 무언가를 보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다른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걷고 이끄는 사이가 된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 사진/쇼박스
 
퍼펙트맨’, 스스로를 지우고 살아가던 영기는 비로소 장수를 통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진정한 퍼펙트맨이 됐다. 모든 것을 갖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것이 허울뿐인 껍질 이었음을 깨닫고 자포자기하던 장수. 그럼에도 그 포기 속에서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의미 없는 시간이었음은 아님을 알게 되는 시간을 영기를 통해 알게 된다. 이건 남자의 얘기가 아닌, 사람에 대한 얘기다. 개봉은 다음 달 2.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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