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히 겸손함이다. 본인의 인지도와 존재감을 봄날 우리를 괴롭히던 ‘미세먼지’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 배우의 얼굴을 본다면 누가 알아 보지 못할까 싶다. 등장하는 작품에서마다 강력한 존재감과 또 화끈한 액션 그리고 생활 연기까지. 강렬한 이미지 연기에선 이제 충무로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배우가 바로 최귀화다. 영화 ‘범죄도시’로 충무로 최고 핫스타로 급부상했지만 이미 1000만 영화 ‘부산행’에서 ‘노숙자’ 캐릭터로 얼굴을 알린 바 있다. 물론 그의 충격적인 영화 속 외모에 대중들이 아직도 실제 모습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며 농담을 하는 최귀화다. 데뷔 이후 가장 핫한 시기를 보내는 그가 최근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화 한 편으로 돌아왔다. 워낙 강렬하고 쎈 역할만 도 맡아 왔던 그가 날 것의 B급 코미디 사극에 도전했다. 스스로도 ‘이런 장르는 처음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쑥스러워했다. 연극 무대에서도 여러 번 경험해 본 코미디였지만 ‘기방도령’의 코미디는 정말 처음이었단다. 최귀화의 ‘기방도령’ 속 속내를 들어봤다.
배우 최귀화. 사진/판씨네마
언론 시사회 며칠 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최귀화와 만났다. 시쳇말로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잘나가는 최귀화다. 여러 편의 시나리오가 집중할 시기였다. 조금은 가볍고 또 규모가 크지 않는 사극 코미디 영화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쎈 역할을 도 맡아 왔었지만 그의 연기에는 코미디의 감성이 분명히 녹아 있었기에 무리한 배역은 아니었다. 본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언론 시사회에서 본 영화가 생각보다 재미있게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미있다고 느낀 지점이 거의 그대로 다 살아 있더라고요. 특히나 재미를 느낄 만한 구체적인 지점들이 잘 포장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영화에서 본격적인 코미디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부담이 너무 컸죠. 그런데 영화를 보니 부담을 덜어도 되겠다 싶네요(웃음). 앞으로 이런 역할만 들어올 까봐 걱정인데요. 하하하.”
촬영 스케줄 때문에 자신의 분량은 대부분이 겨울에 집중됐다. 영화에선 얇은 한복 몇 벌만 입고 등장한다. 첫 등장은 영화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올 누드다. 여기에 물에 빠지는 장면도 꽤 많다. 산속에서 나체로 걸어 다니는 모습도 많다. 분장도 상당히 ‘더러운’ 모습으로 많이 꾸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눈길을 끄는 것은 ‘올누드’ 출연이다. 예고편에서도 화제가 됐던 장면이다.
배우 최귀화. 사진/판씨네마
“하하하. 그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우선 관객 분들에겐 죄송하다고 말씀 드려야 할지, 다행이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웃음). 대역입니다. 그 장면에 대해 걱정이 많았죠. 와이프와 상의도 했는데. 와이프도 그 장면은 대역을 추천했죠. 그런데 감독님은 절대 안된다고 하시고(웃음). 제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남녀 스태프 앞에서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결국 대역으로 갔죠. 현장에 오니 정말 저와 똑 같은 분장을 한 분이 계셔서 웃음도 났고(웃음).”
최귀화는 항상 현장에서 중심이 아닌 주변이었다. 존재감 차원이 아닌 언제나 선배들과 함께 한 현장이었기에 중심의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선배 예지원도 있었지만 감독과의 소통 그리고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중심의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더욱이 함께 하는 배우가 이준호 였다. 아이돌 출신의 특급 스타였지만 솔직하게 걱정이 됐었다고 말한다.
“정말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걱정이 됐어요. 주인공 허색이 이준호라고? 영화를 그렇게 많이 한 친구가 아닐 텐데.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온갖 걱정이 앞섰죠. 제가 아무리 서포터를 잘 한다고 해도 주인공이란 무게감은 정말 다르거든요. 그런데 첫 리딩에서 그 불안이 싹 가셨어요. 시나리오를 읽는 데 이미 ‘허색’이 돼 있더라고요. 와 이 친구 장난 아니구나 싶었죠. 걱정? 이건 나나 잘해야겠는데 싶었어요. 하하하.”
배우 최귀화. 사진/판씨네마
감독에 대한 걱정과 호흡은 어땠을까.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은 상업 영화 시장에선 그리 이름을 알린 연출자는 아니었다. 데뷔작인 ‘위대한 소원’이 흥행에 실패했고, 또 큰 논란도 있었다. 최귀화 역시 특급 스타는 아니지만 이제 충무로에서 가장 확실한 주목을 받기 시작한 ‘핫스타’ 대열에 들어선 시점이었다. 흥행 감독들의 연이은 출연 섭외도 있었을 듯 싶은데 남대중 감독의 ‘기방도령’을 선택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저한테 들어온 시나리오 중에 가장 재미가 있었어요. 우선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닌데 만화책 보듯이 킥킥거리며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무슨 작품을 찍으셨나 검색해서 찾아봤죠. 다른 점보다 코미디에 대한 호흡이 정말 좋단 느낌을 받았죠. 대사로 웃기는 점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컷’으로 코미디를 이끌어 내시더라고요. ‘이 분 코미디에 대한 감각이 있다’라고 확신이 들었죠.”
스크린 데뷔 이후 코미디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날개를 단 듯 그의 코미디 연기는 보는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의 출세작 ‘범죄도시’에서도 최귀화는 코미디에 가까운 생활 연기를 선보이긴 했다. 하지만 드라마나 다른 영화에선 대부분 무게감이 강한 배역이나 섬뜩한 악역을 도 맡아 연기해 온 배우다. 그의 외모도 한 몫 했다.
배우 최귀화. 사진/판씨네마
“하하하. 제가 대표적인 노안 배우인건 뭐 유명하죠. 이젠 뭐 다들 잘 알고 계셔서. 지원이 누나는 현장에서 저한테 ‘누나라고 하지 말라’고. 하하하. 제가 누나라고 하면 본인 나이가 드러나게 된다고 막 화를 내시기도 했죠(웃음). 글쎄요. 해보니깐 그래도 코미디가 좀 더 수월하긴 해요. 연기적인 측면에선 코미디가 정말 어렵죠. 당연하죠. 그런데 악역은 현장을 벗어나도 항상 텐션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니 너무 힘들어요. 예민해지고. 반면 코미디는 쏟아내는 게 있으니 즐겁죠.”
데뷔 이후 가장 핫한 시기를 보내는 최귀화는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근 여러 작품의 출연 제안에 어쩔 수 없이 거절해야 하는 선택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귀화가 많이 컸다’는 오해도 그래서 생길 수 밖에 없었다고. 부담감도 본의 아니게 자꾸만 늘어가니 솔직히 억울한 면도 없지 않는 듯 싶었다.
배우 최귀화. 사진/판씨네마
“그래서 고민이 좀 많기도 해요. 운이 좋게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 다 잘 됐고. 물론 제가 잘해선 아니죠. 너무 좋은 동료와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해서 얻은 결과이고. 뜻하지 않게 오해도 좀 받게 되고. 그래서 작품 선택에 더 부담감이 많아졌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뭐 작품을 통해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오래 전부터. 제 인지도가 아직은 미비하지만 나름 알려진 최귀화가 출연한 작품이다. 뭐 이런 도움으로 숨은 보석 같은 분들에게 힘을 좀 드리고 싶어요. 저도 그런 도움을 받았으니.”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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