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생충’ 송강호 “주관이 만든 잔인함, 정곡을 찔러"
“보이지 않는 각자의 주관성 정곡 찌른 파괴성”
“내가 생각한 ‘기생충’, 봉준호 진화이자 진일보”
입력 : 2019-05-30 06:00:00 수정 : 2019-05-30 08:02:1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송강호의 얼굴은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이 문장을 의심할 영화 감독은 없다. 대중들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얼굴은 시대를 담고 있고 그 시대의 구석구석을 비출 수 있다. 그래서 송강호는 충무로 영화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고 가장 함께 하고 싶은 배우 중 한 사람이다. 봉준호 감독의기생충에서도 그는 우리 사회의 얼굴을 드러낸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기획하면서 송강호를 전제로 스토리를 구성했다고 한다. 지난 26(현지시간) 프랑스에서 폐막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에도 봉준호 감독은 무대에서 그에게 마이크를 돌리며기생충속 그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렸다. 송강호가 있었기에 봉준호의기생충은 지금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배우 송강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칸 영화제 경쟁 부문 경험이 세 번째이다. 황금종려상 수상을 예감했나.
전혀 못했다. 운 좋게도 내가 출연했던 영화 세 편이 모두 경쟁 부문에 갔었다. 그래서 폐막식 참석도 세 번을 경험했다. 주변에선 나를 두고수상 요정이라고 하더라. 칸 영화제는 폐막식 참석을 하면 상은 무엇이든 받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상인지는 전혀 모른다. 호명 직전까지도 모른다. 심사위원들이 폐막식이 열리기 직전까지 칸에서 배로 10여분을 타고 가면 어떤 작은 섬이 있는데 그 곳에서 폐막식 당일은 감금을 당한다고 하더라. 그 만큼 보안이 철저하다. 진짜 폐막식 참석 요청을 받기 직전까지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 연기에 대해 심사위원장이 극찬했다고 전했다던데.
너무 과찬이다. 봉 감독은 영화제 기간 동안 여러 군데 불려 다니면서 일정을 소화했다. 배우들은 공식 상영회가 끝난 뒤 숙소에서 간단히 뒷풀이를 하고 있었는데 새벽 즈음 숙소로 돌아와서 심사위원장이 내 연기를 좋게 봐주셨단 얘기를 전하더라. 남우주연상 감이라고 추켜 세웠다고 하는데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칸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한 작품당 상을 하나씩만 준다. 그래서 내가이왕 받을 거면 황금종려상이나 받자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
 
배우 송강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
무언가 대단한 것을 느꼈다고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경험은 없다.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 시나리오 다 마찬가지다. 다만 이 감독이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그 메시지가 느껴져야 한다. ‘기생충시나리오에선 그게 어렴풋이 다가왔다. 지금 생각하면 첫 느낌이살인의 추억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낌과 아주 흡사했다. 장르나 스토리는 전혀 다르지만 전체적인 구성이나 독특한 캐릭터, 혼합 장르라고 해야 할까. 장르가 주는 즐거움 묘미 등이살인의 추억때와 아주 흡사했다.
 
‘봉준호 페르소나라고 불린다. 벌써 네 작품을 함께 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그리고 이번기생충을 함께 했다. 후배 배우들이봉페송이라고 부르더라. 봉준호 감독이 날 너무도 높게 평가를 해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봉 감독이 추구하는 예술가적인 비전을 내가 다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은 지금도 하고 있는 지점이다. 그저 그와 작품을 많이 했기에 주변에서 붙여주는 별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분한 칭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기분 좋은 소리임에는 틀림없다. 위대한 감독의 동반자란 표현이 듣기는 좋다.
 
배우 송강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 자체가 이상하게 다가오는 것은 영화 속 독특한 다이얼로그에 있는 듯 싶다.
내 생각도 그렇다. 구어체라고 하기도 그렇고 문어체도 아니다. 내가 연기한 기택의 가족이 갖고 있는 엉뚱함 그리고 그 가족이 갖고 있는 사회 부적응자 이미지를 묘사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장치가 아닐까. 팍팍한 현실에 낙천적으로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그런 모습. 그런 가족을 좀 우화적으로 표현하는 장치. 그런 모든 것을 아우르기 위해 영화 속의 독특한 다이얼로그가 사용된 것은 아닌가 싶다. 만약 기택네 가족을 소개하는 장면을 리얼리즘 대사톤으로 간다면 영화적 재미가 분명히 반감됐을 듯싶다. 관객들이 기택네 가족에게 빨리 흡수되는 것보단 은근히 흡수되기를 희망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치라고 봤다.
 
정말 독특한 이야기이다. 국내 현실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고 보는가.
칸에서 외신과 인터뷰를 할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정말 한국 사회가 이러냐라는 것이었다. 그때 난당신네 나라는 이것보다 더하지 않나라고 되받아 쳤다. 쉽게 말해서 이렇다. ‘기생충은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건 사회의 경제적 측면이나 어떤 것의 단면이라기 보단 지구상 모든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라고 본다.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태도의 질문이다. ‘기생충자체가 빈부격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에 대한 설정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지만 그건 단편이다. 사람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 아닌가. 그래서 칸 심사위원들도 공감을 했던 것 같다.
 
배우 송강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는 두 가지가 등장한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그리고냄새이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다. 나와 너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어떤 선. 그것은 우리 마음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냄새도 마찬가지이다. 보이지 않지만 우린 느낄 수가 있다. 이 두 가지 모두가 사실은 아주 주관적인 개념 아닌가. 봉준호 감독이기생충을 통해 말하려는 또 다른 것이 그 주관성이라고 봤다. 그 주관이 만들어 내는 잔인함. 우리가 마음 속으로는 아주 객관적이라고 스스로들 자위를 하지만 실질적으론 굉장한 벽을 쌓고 있지 않나. 그런 지점에 이 영화가 아주 파괴적인 정곡을 찌르고 있다고 봤다. 단순하게 양극화. 그것 만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배우 송강호가 생각하는기생충은 어떤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어떤 영화적인 의미나 메시지적인 측면은 감독님이 하실 부분인 것 같다. 난 내가 경험한 봉준호의 영화적 세계관으로 설명을 하겠다. 이 영화는 봉준호의 진화이자 한국영화의 진화라고 단언한다. 이 영화가 봉준호 월드의 정점이라고 확신한다. 감히 그런 생각이 내가 쏟아낼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어도 난 그렇게 밖에 얘기를 못하겠다. 우리가 흔히들 리얼리즘 세계를 말하지 않나. 그 리얼리즘 세계는 워낙 광범위한 것 아닌가. 봉준호란 감독은 데뷔작인플란다스의 개에서부터 그 리얼리즘을 추구했다고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기생충은 봉준호의 정점이 확실하다. 미학적으로나 영화적으로나 봉준호의기생충은 한국영화의 진화이자 진일보임을 확신한다.
 
배우 송강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이 무릎을 끓고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받치는 세리머니가 화제이다.
너무 민망하기도 하고. 칸 영화제 폐막식 직후 열린 수상 세리머니에서 갑자기 봉준호 감독이 내게 무릎을 끓고 트로피를 받치는 시늉을 헀다. 너무 놀라기도 하고 솔직히 황금종려상 호명할 때보다 더 놀랐다. 내 입장에선 정말 감동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지난 세월이 눈앞에서 영화처럼 파노라마로 지나가더라. ‘내가 이 사람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더 잘할 걸이란 생각도 들고. 별의 별 만감이 교차했었다. 앞으로 그런 느낌과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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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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