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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일본서도 '상생과 공존' 행보…도쿄 갤럭시 매장서 중기 협력 강조
갤럭시 하라주쿠서 중소기업 VR 기술 우수성 홍보…연결 전도사도 자처
2019-05-20 17:35:44 2019-05-20 19:08:37
[도쿄=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씌우면 VR(가상현실) 장비를 쓰지 않고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있어요."
 
18일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레이싱 RV'코너에서 VR안경을 쓴 방문객을 보자마자 상기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이 말을 건넨 이는 갤럭시 하라주쿠 안내를 맡은 김현주 삼성전자 일본 법인장(전무)이다. 갤럭시 하라주쿠는 전날 한류 콘서트인 '케이콘(KCON) 2019 재팬'과 연계한 한국 중소기업 판촉전에 참석차 방일한 박 장관의 마지막 행선지였다. 삼성전자가 문을 연 세계 최대 규모의 갤럭시폰 체험센터로 매장을 꾸미는 데만 200억원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뚫기 위해 다녀가기도 했다.
 
박 장관은 VR을 보자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올린 후 케이스를 바꾸는 모습을 시현했다. 그의 표정은 영업일선의 세일즈맨이 떠오를 정도로 진지해 보였다. 박 장관은 "케이스처럼 씌우는 VR 기술을 봤더니 RV안경이 다 없어질 거 같아서요"라고 말하며 해당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저희는 글래스 타입으로 (적용을) 진행하고 있다"는 김 전무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쉬움이 있는지 박 장관은 다시 설명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은 여기(테두리)에 캡을 씌우면, 바로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어요. 수상도 한 기업이에요."  
 
김 전무는 박 장관의 설명이 이어지자 "한번 알아보겠습니다"고 답하면서 해당 중소기업의 기술을 챙겨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계약을 따낸 영업사원처럼 들뜬 목소리로 "VR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양산체제로 전환할 돈이 없다고 하더라"며 부연했다. 박 장관이 취임일성으로 강조했던 '상생과 공존'은 첫 해외 현장 행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쇼케이스 방문도 세일즈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18일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에 방문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김현주 삼성전자 일본 법인장(오른쪽)의 설명을 들으며 쇼케이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박 장관은 취임일성의 또다른 키워드인 '연결' 전도사도 자처했다. 앞서 중소기업의 일본 진출 지원 거점인 도쿄 수출인큐베이터에서 열린 입주 기업인들과 간담회. 응용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아이티앤베이직 강모희 일본 지사장이 현지에서 마케팅이나 바이어들을 만날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업종별 기업들 간 모임이 많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그는 "아이티앤베이직은 어제 만났던 코코네과 연결시켜주면 앱을 만드는 업체들끼리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냈다. 그러면서 "일본 진출 기업끼리 정보 공유를 할 수 있게 업계와 수출인큐베이터 등 정부가 연결을 강화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 일본에 진출해 성공한 캐릭터업체 코코네의 천양현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연결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 코코네는 한게임 재팬·NHN재팬 대표를 지낸 천양현 회장이 2009년 창립한 회사로,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코코네는 사람중심 기업문화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한게임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국내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탈 사업을 펼치고 있다.
 
회사문화와 사업 전반에 대해 설명을 들은 박 장관은 천 회장에게 "훌륭한 기업가"라고 극찬하며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 신화인 이종문 암벡스 벤처그룹 회장을 만나볼 것을 조언했다. 종근당 창업주 이종근 회장의 동생인 이 회장은 1982년 미국 컴퓨터 기술회사인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스'를 설립해 애플컴퓨터와 IBM의 호환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신화를 창조해 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 수 천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나서 평소 박 장관이 좋은 기업가의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도쿄=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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