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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석의 블록체인 생태계 읽기)크립토 업계의 화두 '디파이(DeFi)'
기지개 켜는 탈중앙화 금융시장…암호화폐 잠재력 꽃피울 영역으로 주목
2019-05-07 06:00:00 2019-05-07 06:00:00
오현석 디블락 대표
블록체인의 쓰임새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데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명히 블록체인의 장점은 있으나, 이 장점이 레거시(Legacy) 시스템을 바꿀만큼 결정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다. 바꿔서 말하면, 블록체인이면 조금 좋아지는 영역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반드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 영역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블록체인이 가장 필요한 영역 중 하나로 최근 금융 시스템이 논의되고 있다.
 
디파이(DeFi)
 
크립토 업계에서는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탈중앙화 금융 시스템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디파이는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구성돼 있는데, 먼저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크립토, 즉 암호화폐 기반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이러한 시스템이 탈중앙화됐다는 것이다. 기존에 중앙화된 금융기관, 즉 절대적 신뢰가 필요한 금융기관을 통해서 제공되던 것이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과 블록체인의 기술적 투명성, 무결성을 활용해서 탈중앙화돼 제공된다.
 
금융서비스 접근성 향상
 
전 세계적으로 17억명 정도가 아직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국가 및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인터넷 접속만 되고 암호화폐를 전송할 수 있으면 디파이를 통해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낮은 사용성 등 실제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이는 기술과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다. 누구나 웹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마존을 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듯이, 또 유튜브를 통해 방송을 접할 수 있듯이,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중앙화된 금융기관의 최소화
 
금융기관은 높은 수준의 신뢰가 필요하고 이를 상호 감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중개자를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해왔다. 효율성을 높이기보다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게 항상 우선시된 것이다. 효율성과 신뢰성 두 가지를 모두 잡는 일은 적잖이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이러한 신뢰성을 기존 여러 기관의 관리와 감시가 아닌 기술로서 간단히 가능하게 해준다. 기술을 활용해서 기존의 중개자를 없애면 오히려 신뢰도가 높아지고 효율성도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이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높은 효율성을 갖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 시스템에서만큼은 이미 높은 신뢰성 확보를 위해 많은 리소스가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블록체인이 적합한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효율성과 기술로만 사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쉽사리 바꿀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처럼 기존의 강자가 아닌 크립토 플레이어(Crypto Player)들이 빠르게, 그리고 과감한 시도를 통해서 시장을 혁신할 수 있다고 본다.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들
 
이미 암호화폐공개(ICO)라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방법을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배워왔다. 물론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어 지금은 이를 수정해나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최근 1년 동안 암호화폐 시장에서 대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난해에만 7200만달러가 대출됐고, 연간 1200% 상승률을 보였다. 암호화폐만 있다면 신용도도 필요 없고, 기존 시장 대비 훨씬 낮은 비용을 지불한다. 모든 과정이 스마트계약으로 자동화돼 비용 감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에서 누구나 어디서나 이용 가능하다.
 
아직은 시작
 
물론 부족한 시작이다. 담보 대출이 대부분이고, 이 또한 대부분이 공매도 등에 사용될 것이라 필자는 예상한다. 그리고 전 세계가 사용할 수 있고 기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득이라 하지만, 아직은 분명히 크립토 세상의 장난감일 뿐이다. 코인은 가지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트레이드 밖에 없으니 일부는 게임을 해보고, 일부는 마진거래 등을 해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각 서비스들이 오픈돼 서로 연동하는 상품들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또 실제 전 세계가 사용하기에 잠재력이 개별 국가에 제약되지 않는다. 드디어 금융 시장에도 인터넷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이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처럼, 금융 시장이 인터넷과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이 미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최소한 지금 크립토 유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블록체인의 적용이 너무나 잘 맞는 영역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산업을 눈여겨 볼 만하다고 본다.
 
오현석 디블락 대표(oh@debl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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