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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사장 도전은 무리? “삼성 스마트폰, 퍼스트 무버 도약 마지막 고비”
2019-04-29 00:00:00 2019-04-29 0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퍼스트 무버는 패스트 팔로어와는 또 다른 차원의 위험에 도전해야 한다. 그 위험은 자멸까지 감내해야 할 만큼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글로벌 1위를 경험한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이 1위 기업과 나머지 기업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한다. 갤럭시 폴드의 출시 연기를 바라보는 많은 CEO들은 갤럭시 노트7 발화사태를 떠올리며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IM부문장·무선사업부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줄지 지켜보고 있다. 일단 시장의 평가는 다소 냉정하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조급증이 또 다시 삼성 스마트폰 신뢰도에 상처를 입혔다며 그의 입지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정을 잘알고 스마트폰 산업의 흐름을 직시하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고 사장 만큼 그동안 무선사업부장들 가운데 기술과 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혁신에 대해 편집증적 집착을 보이는 CEO는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 태동 초창기에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펜’을 도구로 하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고안, 실현해냈고, 홍채인식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스마트폰 속에 구현하는 업무를 주도했다. 그러면서 ‘갤럭시’와 ‘갤럭시 노트’를 구글 ‘안드로메이드 진영’의 대표주자로 키워 미국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스마트폰 산업의 양대 축으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주인공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 관리자와의 소통은 물론 협력사와 다른 사업부문장과의 제품 개발 협력의 기반도 탄탄히 다져나가 신제품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이러한 노력의 지향점은 단 하나, 아이폰을 넘어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겠다”로 모아진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IM부문장)이 지난 2월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 진행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고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늘 “새로운 기술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된다”고 했다. 그가 말한 두 번의 기회가 바로 2017년 경쟁사들이 혁신의 한계에서 헤매고 있을 때 내놓은 갤럭시 노트7였고, 두 번째는 올해 내놓은, 아직 경쟁사들에 비해 양산 가능성이 가장 빠른 사실상의 세계 최초 폴더형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다. 갤럭시 노트7은 컨셉은 뛰어났지만 안타깝게도 기존 스마트폰식 혁신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었기에 혁신 후에 벌어진 경험하지 못한 품질 문제에 발목을 잡혀 좌절했다. 와신상담 끝에 올해 내놓은 갤럭시 폴드도 이러한 새로운 혁신에 수반되는 새로운 위험에서 일단 일보 후퇴를 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컴퓨터·카메라·동영상·소프트웨어 등 첨단 ICT 기술을 손바닥 크기의 기기에 집약시키는 융합 제품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결합시켜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창조해야 한다”면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바로 혁신이며,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를 통해 새로운 혁신의 9부 능선까지 왔다. 마무리 작업을 잘 마무리 해 시장에 출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신제품은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혁신 전문가로 불리는 로버트 G. 쿠퍼 교수의 저서 ‘신제품 개발 가이드’를 보면 2008년 기준 미국 기업들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총 매출의 평균 3.01%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R&D 투자뿐만 아니다. 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1달러를 R&D에 투입한다고 할 때, 제품개발과 출시(마케팅 비용과 자본설비 및 관리비용 등) 등과 같은 ‘기타 부문’에 2달러를 추가 지출한다. 신제품에 연 매출의 10%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하는 셈이다. 이렇게 투자했지만 모든 혁신 제품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쿠퍼 교수를 비롯한 경영학 교수들이 혁신제품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연구한 결과, 통상 기업들은 신제품 아이디어 7개 중 4개를 개발하지만 이 가운데 1.5개만 출시하며, 성공한 것은 겨우 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제품 개발을 시작하지만, 이후 단계에서 대부분이 시장을 객관적으로 꿰뚫어 보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잠재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패착을 반복하다가 실패의 나락에 빠져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 도박보다 복잡하면서도 낮은 성공률 때문에 신제품 개발은 기업에 있어 가장 위험한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사장을 비롯한 수 많은 기업 CEO들이 신제품에 매달리는 이유는, 시장에서 먹히면 너무나도 큰 성공과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퍼 교수는 “오늘날 기업 수익의 4분의1 이상인 28.3%는 3년 전에는 팔지 않던 제품에서 발생하며, 일부 역동적인 산업에서는 100%까지 이른다”면서 “신제품 성공의 핵심 조건은 ‘혁신’이다. 수많은 기업의 눈부신 성공과 부는 바로 제품혁신 덕분이었다. 하지만 실패에 따른 위험도 매우 크다. 신제품 개발에 실패해 회사가 무너진 사례는 수도 없기 때문에 CEO들은 미국 독립혁명 지도자인 페트릭 헨리의 말을 이용해 ‘혁신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그만큼 고 사장과 삼성전자의 도전을 결코 가볍게 치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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