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프랑켄슈타인을 생각하다
입력 : 2019-01-03 06:00:00 수정 : 2019-01-03 06:00:00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이었다. 젊은 남녀 다섯 명이 유럽의 한 별장에 모였다. 메리 셸리와 메리의 의붓자매 클레어, 메리의 애인인 퍼시(당시 유부남이었다), 클레어와 잠깐 사랑을 나눴던 바이런, 바이런의 주치의였던 존 폴리도리. 무료하고 따분한 우기(雨期)의 밤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길고 지루한 밤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바이런이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괴담을 하나씩 말해보자는 거였다. 저마다 알고 있던 이야기에 살을 보태 무섭고 괴기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들은 알았을까? 그날 밤 그 제안으로 위대한 문학 작품이 잉태되었다는 사실을. 또 ‘역사적’인 괴물(그것도 둘이나)이 탄생한 자리였다는 사실을. 바이런의 주치의였던 폴리도리는 <뱀파이어>를 탄생시킨다. 1818년 <프랑켄슈타인>이 익명으로 출간됐다. 작가의 본명을 밝힌 개정판은 1831년에야 출간됐다. 당시 메리의 나이 21세. 이야기를 구상하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때는 열아홉이었다. 초판이 익명으로 출간되었을 때, 사람들은 나이 많은 남자의 작품으로 생각했다.
 
메리가 이 소설을 쓰던 19세기 초, 인간은 야심만만했다. 과학적 성취가 속속 기술로 탄생했다. 그렇게 탄생한 기술은 인류의 삶과 문명을 급속도로 변화시켰고 불가능은 없어 보였다. 일군의 학자들은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일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실제 18세기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이자 생리학자인 갈바니는 개구리 뒷다리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경련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갈바니즘(galvanism)’이라는 이론으로 정립되어 <프랑켄슈타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동시에 공포가 교차했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기술이 가져올지 모를 암울한 미래를 그렸다. 낯선 존재, 다른 존재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적대감을 들춰냈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괴기스러운 형상에 놀라 도망친다. 크리처는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버려진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과 같은 이성의 존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지만, 당연히 거절당한다.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지난해에는 최초의 복제 원숭이가 탄생했다. 중국과학원은 2018년 1월, “체세포 핵 치환 복제(SCNT) 기법을 통해 원숭이의 복제 배아를 만들었으며 여기에서 복제 원숭이 2마리가 태어났다”고 발표했다. 원숭이 복제 성공은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 지 20여 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쥐, 소, 돼지, 개 등 많은 동물 복제가 이어졌지만, 영장류 동물 복제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첫 번째 영장류 복제 동물로 기록된 원숭이에는 중국을 뜻하는 ‘중화(中華)’에서 한 글자씩 따온 ‘중중(Zhong Zhong)’과 ‘화화(Hua Hu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빠르면 올해 복제 고양이도 탄생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글로벌타임스는 반려동물 복제 기업을 표방하는 시노진(Sinogene)이 올 3월까지 첫 복제 고양이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첫 복제 동물 ‘돌리’를 탄생시킬 때 사용한 것과 같은 기술이다. 이미 시작한 복제견 서비스 가격은 38만 위안(약 6200만원)이다. 장기이식도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1950년 처음으로 신장 이식에 성공한 이후 이제는 간, 심장, 췌장, 소장 등 장기를 비롯해 인체 기관 대부분을 이식할 수 있다. 장기를 배양하는 시대도 열릴 전망이다. 지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는 다 자란 세포를 다시 줄기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2019년이 밝았다. 희망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괴물과 복제동물과 같은 우울한 이야기라니. 비단 새로운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낯선 존재, 혹은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공포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것 같아 염려되어 해묵은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꺼냈다. 소설 속 괴물 크리처는 인간을 향해 이렇게 절규한다. “나는 불행하기 때문에 사악하다. 모든 인류가 나를 피하고 증오하지 않는가? (중략) 인간이 나를 동정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인간을 동정해야 하는지 말해 달라.” 소설처럼 비극이 되지 않기 위해 2019년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더 많이 묻고 답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형석 과학 칼럼니스트·「나는 외로울 때 과학책을 읽는다」 저자(blade3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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