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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유 설비 고도화에 한국 긴장
중, 품질에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한, 장기적 수출 경쟁력 우려
2018-12-10 16:17:32 2018-12-10 16:17:40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자국 설비를 점차 고도화하고 자급률을 높이면서 국내 정유사들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은 중국 정제설비의 가동률이 높지 않아 위험성이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10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한 석유제품 가운데 22%는 중국으로 팔리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약 19%였던 지난해보다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국내 정유업계의 3분기 석유제품 수출량은 1억2829만배럴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당장은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티팟(소규모 민영 정유사)'을 중심으로 설비를 고도화하고, 자급률마저 높이면서 장기적으로 중국향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가 지난 2016년 초부터 티팟이 원유 직도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면서 티팟 가동률이 점차 상승했다. 티팟들은 그동안 주로 산업용 석유제품, 아스팔트 등 저가 석유제품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는 환경문제로 골치를 앓자 자국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경유의 최대 황함량을 '유로5' 기준인 10ppm으로 강화했다. 티팟에서 생산되는 경질유 석유제품 증가로 중국 내에서부터 국영 정유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되자 수출 쿼터도 늘렸다. 그러면서 아시아지역 내에 국내 기준과 동일한 고품질의 석유제품 물량이 늘어나는 등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다.
 
일단 중국 정부의 세금 시스템 변경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로 티팟의 수익성이 악화, 가동률이 상대적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추이를 보면, 티팟이 집중돼 있는 산동성 지역의 설비 가동률의 경우 지난 2014년 30~40%에 불과했지만 올 초 65%를 웃돌기도 했다.
 
국내 주요 정유·석유화학 공장이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제품 소비량은 오는 2020년 약 1500만배럴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정제 능력은 국영기업의 신규설비 확충 및 티팟의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할 때 1650만배럴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동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중국이 정유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의 수출을 확대할 경우 한국의 주요 수출지역인 아시아 역내 경쟁 심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업계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수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한편 국제유가에 좌우되는 정유사업의 위험 부담을 낮추기 위해 포트폴리오에서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황함량 기준이 같아져 품질에 대한 장벽이 없어지면서 향후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은 우리에게 늘 위험 요인이었다"면서 "내년 말 중국 국영 정유사들의 설비 완공과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인상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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