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현금부자 리그' 변질된 청약시장
입력 : 2018-12-06 15:35:51 수정 : 2018-12-06 16:24:55
[뉴스토마토 손희연 기자]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며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6월23일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현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뉘어 '현금 부자만의 리그'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와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펼친 각종 규제가 시장 안정화를 이끄는 듯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서울 청약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금 부자만의 로또’, '금수저 로또'가 대표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도금 대출이 막힌 평범한 직장인, 수요자들은 이같은 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은 서울 강남 청약시장이 현금 부자들에게 유리한 ‘현금부자의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권 분양가는 대부분 9억원에 육박하면서 그야말로 '억소리'가 나온다.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어가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에겐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다. 최근 청약제도 개편 전, 1주택자가 갈아탈 수 있는 서울 강남 ‘로또 청약’ 단지로 꼽혔던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청약 결과,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면적 59㎡의 청약 가점 최저점이 무려 74점에 달했다. 분양가가 39억원이 넘는 펜트하우스는 몇 년만에 청약 만점자가 나왔다.  집은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현금은 많이 가지고 있던 고가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해당 단지는 청약 조건에 맞지 않는 부적격자와 자금 마련이 힘든 예비청약자들로 인해 미계약분이 속출했다. 잔여 26가구 모집이 다시 이뤄졌는데, 2만7000여명이나 몰리며 평균 경쟁률이 1000대1을 돌파했다. 가점 제한이 없는 잔여 물량 모집에 현금 부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이는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 금융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규제가 역설적으로 실수요자가 서울에서 집을 사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있다. 평범한 무주택자들이 청약 기회를 잡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선별적인 주택자금 대출 통로가 마련돼야 할 듯 보인다.
 
손희연 기자 gh704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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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희연

건설·부동산 기자 입니다, 항상 낮은 자세에서 귀를 기울이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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