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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투표로 결정한다"…상장권한 분산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투표커뮤니티 '픽썸' 공개…후오비·바이낸스 등 상장투표시스템 도입
신규고객 유입·투명성 제고 차원…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확대가능성 '주목'
2018-11-28 15:05:48 2018-11-28 15:05:48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가 상장 투표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며 상장권한을 투자자 중심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거래소 자체적으로 추진되던 상장 과정에 투자자를 참여시켜 투명성 제고하고,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 이어 국내 대형 암호화폐거래소 빗썸까지 상장 시스템을 바꾸면서 여타 거래소의 상장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김성현 픽썸 기획책임이 28일 블록체인MICE기업 이더랩 주관으로 열린 'EBF2018'에 참석해 픽썸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이날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EBF2018’ 에서 새로운 투표 커뮤니티 ‘픽썸(PICKTHUMB)’을 공개했다.
 
선택을 뜻하는 ‘Pick’과 빗썸(Bithumb)이 합쳐진 픽썸은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직접 상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보팅 커뮤니티(Voting Community)다. 이는 바이낸스의 상장 투표 시스템인 '바이낸스 커뮤니티 코인'와 후오비의 '하닥스(HADAX)' 등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가 추진하고 있는 ‘상장 투표 시스템’에서 차용된 모델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상장 투표 시스템’을 공식 도입한 곳은 빗썸이 처음이다.
 
김성현 픽썸 기획책임은 이날 “지금까지 진행된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만 해도 2000개가 넘고, 조달 자금도 14조원에 이르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픽썸’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내부에서 깜깜이 형태로 이뤄졌던 기존의 상장 투표시스템을 개선한다는 얘기다. 김 책임은 “기존 상장의 경우 이용자가 투표 대상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보다 많은 사람의 검증과 평가시스템이 필요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빗썸은 지난 5월 팝체인(Popchain·PCH)을 세계 최초로 상장하려다 유동성 및 기술성 관련 의혹이 제기되며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빗썸은 불공정 거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암호화폐 상장의 경우 토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정작 상장 권한 자체는 거래소에 집중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상장 심사 과정 미공개와 과도한 상장비 문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책임은 “양방향 소통이 이뤄지지 못해 크고 작은 오해가 발생하기도 했다”면서 “픽썸을 통해선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픽썸은 상장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빗썸과 별도의 사이트에서 상장을 원하는 국내외 프로젝트로부터 공개 신청을 받은 후 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등을 거쳐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투표에 오르는 프로젝트는 커뮤니티에 소개되며, 보팅 파워를 가진 투자자들이 직접 평가와 검증을 거쳐 상장시킬 프로젝트를 선정하게 된다.
 
보팅 파워는 커뮤니티 내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적극적으로 활동한 투자자에게 제공되며, 이는 투표권이자 에어드랍을 받을 수 있는 권리로 사용된다. 김 책임은 “투표 과정과 내용 등을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다”며 “투명한 상장시스템을 통해 유망 암호화폐가 발굴되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동시에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 블록체인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빗썸이 ‘상장 투표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확정하면서 국내 여타 거래소의 상장시스템 또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달 정식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는 케이비코인(KB coin) 거래소의 경우 '유저 친화형' 거래소를 목표로 상장 코인 투표 시스템을 내세우고 있으며, 코인제스트는 자체 토큰인 코즈(COZ) 보유자에게 투표 의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상장 과정의 투명성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달 투자자 보호와 투명한 거래 활성화를 위해 상장 전 스크리닝을 도입하는 등 암호화폐 상장 심사 원칙을 공개했으며, 고팍스 또한 내부정보 거래 금지 등 '코인상장원칙'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투자자 신뢰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선 상장비용 뿐만 아니라 에어드랍, 행사 지원 등 직·간접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었다”며 “투자자가 직접 프로젝트를 검수하고 선정한다면 스캠(사기)코인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을 뿐더러, 에어드랍 등 보상을 위한 유저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장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시장 자정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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