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디지털 전환 발맞춰 핀테크기업 M&A·투자확대 기대
법적 불명확성 해소, 단순 제휴 넘어선 핀테크 활성화 전망…"수익구조 다각화 기회"
2018-11-27 19:16:27 2018-11-27 19:16:3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시중은행이 핀테크 업체를 직접 소유하거나 출자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허용됨에 따라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M&A)에서도 속도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법 개정에 발맞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은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법상 핀테크는 전자금융거래법·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개념만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등 새로운 금융 기술이나 산업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없고, 출자 역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실제 KB금융과 신한지주, 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KB이노베이션허브', '신한퓨처스랩', '위비핀테크랩' 등 핀테크센터를 운영하며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단순 사업제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5년 유권해석 개정 이후 금융회사가 자회사 등으로 핀테크 기업에 출자한 사례도 총 3건에 불과했다. 출자 가능 범위가 열거식으로 제한된 데다 허용되는 업체 또한 전자지급결제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골드만삭스나 스페인 BBVA, 캐나다 TD은행 등이 소셜미디어 업체나 빅데이터 분석업체, 인공지능 분야 벤처기업 등을 인수하는 것과 대조된다.
 
그동안 '핀테크 기업 직접 인수'를 요청해왔던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규제 개선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법적 불명확성이 감소한 데다 사실상 핀테크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져서다. 아울러 이들 은행은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와 함께 다양한 방법의 사업전략도 추진할 전망이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21일 'KB 이노베이션(Innovation) HUB파트너스' 발대식을 갖고, 핀테크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HUB파트너스는 KB스타터스의 모집-선발-육성-제휴(투자)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핀테크 육성프로그램의 핵심 네트워크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구성된 '1Q 애자일 랩(Agile Lab) 7기'를 출범시켰으며, 이들 기업과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라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인도네시아 핀테크 시장도 공략하기로 했다. 이밖에 농협금융은 내년부터 은행·핀테크기업·제휴기업이 공동 연구하는 'NH디지털캠퍼스'를 조성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금융기관의 인수나 지분투자 등이 더 적극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에서 유권해석을 확대하기로 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다각적인 사업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M&A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아직 법 개정이 추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며 “앞으로 가시적인 부분이 나오면 시너지를 위해 (핀테크 업체 인수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핀테크를 수익구조 다각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백장균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핀테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시장 진입 기업과의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위기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은행별로 각 사의 강점을 활용한 액션플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 연구원은 또 “경제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금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동아시아의 경우 핀테크가 전통 금융기법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은행권은 축적된 핀테크 역량과 경험을 기반으로 시장진출을 추진해 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는 “인수 합병 문제는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합의에 의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금융회사의 경우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할 수 있고, 핀테크 기업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핀테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부문이 접목되고 응용되면서 핀테크 생태계도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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