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유보 20년 유보통합, 정부 의지 있나
입력 : 2018-11-09 06:00:00 수정 : 2018-11-09 06: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육아휴직 후 복귀를 앞둔 고모(35)씨는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 입소를 택했다”고 했다. 네 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낼지, 유치원에 보낼지 갈림길에 섰다고 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출근시간 오전 10시, 퇴근시간 오후 8시인 그의 사정을 고려하면 고씨가 사는 아파트 1층에 있는 민간 어린이집에 아들을 맡기는 는 게 맞다. 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고 나서는 고민이 시작되더란다. 그는 “주변에서 아이 교육에 신경 쓸 거면 유치원을, 그냥 보육을 원하면 어린이집을 보내라’고 하더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늦어도 5시면 마치는 유치원 하원 시간에다 비용을 생각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많이 다르다. 일단 소관부처부터 다르다. 유아교육법 적용을 받는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인 반면 영유아보육법을 따르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교사의 자격도, 교육의 질도 다르다. 어린이집 교사는 고졸 이상으로 보육교사 자격증만 따면 되지만,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졸 이상에 유아교육학과 등 관련 전공자만 지원할 수 있다. 어린이집 교사가 길게는 하루 12시간 동안 근무해야 하는 반면 유치원 교사는 방과후교실까지 포함해도 8시간 가량 근무하는 등 처우도 다르다. 유치원 교육의 질이 어린이집보다 높다는 인식 탓에 유치원 입학 경쟁이 어린이집보다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를 계기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일원화, ‘유보통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강력한 제재수단과는 별개로 중장기적으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유아교육이 통합돼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유보통합은 이원화된 ‘유아교육’(유치원)과 ‘보육’(어린이집) 체계를 통합해 어디를 가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육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문제가 많다. 근거법률부터 관리·감독기관, 교사 자격과 양성, 처우, 교육비·보육료까지 모두 하나로 통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 양성·자격 문제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이는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공통과정을 만들고 교사 양성비용을 확보해 처우격차를 해소하면 유보통합 실현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러면 예산이 필요하다. 많게는 수조원이 들 수 있다. 그동안 교육부와 복지부 통합의 어려움으로 유보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두 부처 수장이 모두 유보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리에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유보통합 문제는 포기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좋은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든다.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 의지가 내년도 예산안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아서다. 모두들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만 높였던 셈이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20년 넘도록 답보상태에 머문 유보통합을 이루려면 먼저 정부가 나서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저 감나무 아래 가만히 누워서 잘 익은 감이 입속으로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차현정 정치부 기자(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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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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