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6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주유소. 차량 줄이 길게 늘어섰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591원, 경유 가격은 1427원으로, 전날만 해도 휘발유는 리터당 1700원대, 경유는 1600원대였다. 하지만 이날부터 시행된 '유류세 15% 인하'로 기름값이 한결 가벼워졌다. 박모씨는 "기름이 떨어졌지만 버티다가 이번에 주유했다"며 "유류세 인하에 맞추려고 평소 안 하던 연비 운전까지 했다"고 말했다. 경유차를 운전하는 그는 기존에 가득 주유하면 기름값이 8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이날은 7만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으로 주유를 마쳤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돌입하자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조금이라도 값이 싼 주유소를 찾으려다 보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전국 유가정보를 제공하는 한국석유공사 '오피넷'과, 유류세 인하가 즉각 반영되는 '직영주유소'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값은 리터당 1684.2원으로, 전날보다 6.1원 하락했다.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22.8원 내린 1751.0원에 판매됐다. 전국 경유값도 평균 7.0원 떨어진 1488.8원, 서울은 20.2원 하락한 1563.2원이다. 10월 다섯째 주까지 18주 연속 올랐던 기름값이 일단 잡혔다.
기자가 만난 시민들은 유류세 인하가 이날부터 내년 5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 조치임에도 기름값이 싸졌다는 점에서 환영했다. 서대문구 한 주유소에 만난 임모씨는 "출퇴근 때마다 차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 한 달에도 서너번 주유를 하는데 그동안 기름값이 너무 부담됐다"며 "당분간이라도 기름값이 싸지니까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기대만큼 기름값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마포구에서 위치한 한 주유소는 보통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오피넷의 전국 평균은 물론 서울 평균값보다 비쌌다. 주유소 직원은 "재고물량이 남아 즉각 가격 인하가 안 이뤄졌다"면서 "'유류세 15% 인하'를 '기름값 15% 인하'로 오해해 항의하고 돌아간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실제 가격에 큰 영향을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008년 유류세를 10% 낮추고도 기름값 잡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지난달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2008년 3~12월 유류세 10%를 인하했으나 당시 휘발유 가격은 2008년 1~2월보다 3% 올랐다"고 지적했다. 국내 석유제품은 정유사→대리점→주유소, 또는 정유사→주유소 단계로 유통되는데 정유사와 주유소가 각자 마진을 남기려고 세금 인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강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자영주유소의 경우 재고물량을 소진해야 해, 실제 기름값이 떨어지려면 열흘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지금 대부분의 주유소는 재고가 거의 없다"며 "늦어도 금주 중에는 유류세 인하분이 모든 주유소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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