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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시성’ 조인성 “내가 양만춘? 나 조차 의문이었다”
처음 출연 제의 두 번이나 거절…”감독님의 확신에 설득 당했다”
“나 혼자 멋지다고 성공할 영화 아니다…모두의 조화가 ‘안시성’”
2018-09-27 06:00:00 2018-09-27 08:50:5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안시성이 기획되고 제작된다고 했을 때 영화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우려를 표했던 지점은 주인공 양만춘 장군을 연기할 배우였다. 그 배우가 바로 조인성이었다. 이건 누구라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었다. 당나라 대군에 맞서 사실상 고구려를 넘어 한반도 전체를 지켜낸 역사 속 인물이다. 더욱이 고구려 말 실권을 잡은 무소불위의 권력자 연개소문과 대적할 정도의 담대함을 지닌 한반도 역사 최고의 맹장 중 한 명이 양만춘 장군이다. 그런 인물을 조인성이 연기한단 것 자체가 상당히 넌센스 적이었다. 이런 우려는 분명히 조인성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주변의 우려가 문제가 아니었다. 제작비 220억 대작을 오롯이 홀로 끌어가야 한다. 주변의 시선도 부담이다. 그는 결정을 해야 했다. 도전이냐, 아니면 포기냐. 조인성은 사실 언제나 도전이었다. 그리고 보기 좋게 그 도전을 성공시켜왔다. 영화 안시성의 양만춘은 이제 조인성이다.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영화 안시성언론시사회가 열린 며칠 뒤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만난 조인성은 주변 우려에 대해 먼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 시사회 이후 쏟아진 호평에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200억이 넘는 대작의 주인공으로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지울 수 없는 속내도 담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그는 그럼에도 긴장감을 풀지 못했다. 개봉과 함께 흥행을 이어간다고 해도 말이다.
 
아마 그럴 것 같아요. 흔히 말해 터진다고 해도 이 긴장감을 쉽게 풀지는 못할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 두 번이나 거절했던 작품이에요. 주변 우려대로 내가 양만춘?’ 이 의문은 당연해요. 너무 큰 대작이었고.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질타의 중심은 제가 될 것이고. 누구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지점이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결국에는 설득을 당했죠(웃음). 저 아니면 안 된다고 하시는데 너무 감사했죠. 사실 따지고 보니 그랬어요. 차 떼고 포 떼고 그러면 뭘 할 수 있지? 그냥 해보자. 뭐 그랬죠(웃음).”
 
조인성에 대한 주변의 의문 부호도 있었지만 사실 감독에 대한 우려도 컸던 안시성이다. 전쟁 영화다. 사극이다. 기본적으로 국내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스케일이다. 영화 속 촬영을 위해 최첨단 카메라 장비가 총동원됐다. 사료 조차 전무한 안시성 전투를 스크린에 옮겨야 한다. 이 모든 걸 조율하고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연출자인 감독의 몫이었다. 주인공으로서 충분히 작품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감독의 이름 값을 보는 것도 일반적이다.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그럼요. 당연하죠. 제가 마음에 든다고 하지만 전 그저 배우일 뿐이죠. 이걸 누가 만드냐가 관건인데. 감독님 전작들이 크게 흥행된 게 없었잖아요(웃음). 더욱이 데뷔작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로맨스 느낌의 장르고. 감독님에게도 실제로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하하하. 그런데 뭔가 이 분이 번뜩이는 게 있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처음 제가 설득 당할 때 느낀 게 소통에 굉장히 강하셨어요. 그냥 뭔가 일을 내시겠다란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런 감독과 조인성이 함께 만들어 낸 양만춘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일단 양만춘에 대한 사료 자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양만춘 장군의 모습도 배경과 사건의 고증적인 부분도 그래서 어려웠다. 완벽하게 ‘0’에서부터 출발해야 했다. 그렇게 출발하지만 기존 사극 속 정형화된 이미지의 장군의 모습과는 분명히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었다. 조인성 특유의 목소리 톤도 문제였다. 이런 점은 오롯이 조인성 스스로가 만들고 넘어서야 할 지점이었다.
 
말씀하신 모든 부분이 이 영화 속 나에 대한 우려들이었죠. 고민을 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결국에는 답은 하나란 생각뿐이었어요. 이미지였죠. 글쎄요. 장군이라면 카리스마를 먼저 떠올리고, 저에 대한 우려도 우선 그 점이었죠. 제가 생각해 봤어요. ‘내가 카리스마를 느낀 사람들이 누굴까라고. 누구나 떠올리는 장군 느낌의 큰 체격과 굵직한 목소리? 아니었습니다. 포용하고 배려하고 생각이 깊은 모습에 무릎을 끓었어요. 저는 그랬어요. 대표적으로 법륜스님에게 전 그랬어요. 목소리? 목소리까지 묵직하면 좋았겠죠. 하지만 어쩔 수 없고 큰 문제라고 생각은 안 했어요.”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결국 조인성은 양만춘장군을 만들어 냈다기 보단 각각의 머리 속에 그리고 상상 속에 남아 있던 양만춘 장군의 모습에 자신을 입히고 끼워 넣었다. 사실 그럼에도 문제는 남아 있었다. 기록 자체가 전혀 없었다. 일부에선 양만춘 장군이 실존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이런 점은 배우에겐 최고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완벽하게 백지에서 시작하면 될 일이다. 반대로 엄청난 단점도 된다. 역사극이기에 참고할 수 있는 사료가 전무했다.
 
맞아요(웃음). 기록 자체가 거의 없어요. 여러 자료를 찾아봤지만 그 분에 대해선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봐야 했죠. 기록 자체가 없으니 사실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순신 장군을 내가 연기한다고 하면 그 폭이 분명히 좁아지겠죠. 이미 극화된 작품도 많고 자료도 많고. 결국 내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양만춘 장군의 이미지가 잡힐 것이라고 봤죠. 반대로 어디까지 선을 지키고 그려내야 할 지가 어려웠죠. 그런 점은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통해 조율했어요.”
 
사실 정말 어려웠던 점은 조인성 스스로가 느끼는 부담감이었을 것이다. 제작비 220억이다. 단 한 편에 투입된 제작비로는 충무로에서 전례가 없는 규모다. 그는 안시성출연을 결정하면서 이 영화의 간판이 돼 버렸다. 주인공 양만춘을 연기하니 당연히 그랬다. 잘되면 그만이지만 실패하면 그 위험은 고스란히 조인성에게 집중 포화로 쏟아질 모양새가 됐다. 준비하면서도 부담이었지만 개봉을 앞두고도 부담이고, 개봉 이후에도 부담은 이어질 것이다.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하하하. 앞으로 이런 규모의 영화는 안 할 생각이에요(웃음). 진짜로 너무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너무 많았고. 일일이 설명하자면 뭐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요. 촬영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그게 힘들어서는 아니에요. 그 부담감이 정말 어휴(웃음). 촬영 전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과 함께 만나서 이거 안되면 각오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었죠. 뭐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거 같아요.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조인성은 벌써 데뷔 20년 차다. 이번 안시성에서도 주인공이지만 후배들을 받쳐두고 밀어주는 역할이었다. 진짜 양만춘 장군처럼 자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이 듬직했다. 최근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후배가 아니라 엄연히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는 선배가 됐다. 영화 안시성속 양만춘처럼.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처음 촬영 전 회의 때도 그랬어요. 저만 멋있으면 되는 영화가 아니라고. 저도 그랬고 감독님도 그랬고 모든 배우들이 다 동의했죠. 배우들이 말하는 소위 따 먹는 장면들이 되게 많아요 우리 영화에는. 그런데 회의를 하면서 이건 누구한테 주고’ ‘이건 누구 몫이고등등 그런 조율이 많았어요. 나 혼자 튄다고 성공한다? 저희 영화는 모두의 조율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봤어요. 그게 안시성이라고 봤죠.”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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