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신청안한 3만명…"가난 편견 생길까봐"
지역별 신청률 큰 차이…주요 부촌 지역 신청 낮아
입력 : 2018-09-18 12:06:55 수정 : 2018-09-18 12:06:55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 경기 광명시에서 3살 아이를 두고 있는 김한림씨(32·가명)는 아동수당을 신청하러 집 근처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소득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아, 차라리 신청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뉴스토마토와 전화인터뷰에서 "소득 확인을 위해 임대차계약서와 금융정보 등 가정의 모든 정보가 털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성은씨(35·가명)는 2살된 딸이 있지만 아동수당을 신청 하지 않았다. 신청을 하더라도 소득 기준상 탈락할 것이 유력하고, 대상자가 되더라도 지역 특성상 주민들에게 가난하다는 편견을 받을 것 같아서다. 실제 김씨 주변에는 아동수당을 신청한 가구가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동수당 신청현황을 살피고 있다.사진/뉴시스
 
아동 양육에 따른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동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도입된 아동수당이 선별적 복지로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행정적인 불편함으로 신청을 꺼리는 가 하면, 특정 지역에서는 가난의 증표로 인식되기도 한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수당 신청률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가령 전북 장수군은 아동수당 신청대상자의 99.3%가 신청을 마쳤지만, 서울 강남구는 73.4%에 그쳤다.
 
신청률이 저조한 기초자치단체 20곳 중 서울 내 지역은 15곳에 달했는데, 이는 행정적인 불편함으로 인해 포기하거나 고소득층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해 신청을 포기한 경우가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아동수당을 모든 가구에 주기로 설계했지만, 작년 말 여야 예산안 협상에서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90%'로 축소했다. 이에 지급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소득·재산조사가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행정적인 불편 및 소득 노출 등을 우려하는 가구는 신청을 꺼리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실제 정부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233만명이 아동수당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신청자수는 229만5000여명에 그치고 있다. 약 3만명 이상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음에도 신청을 안 한 것이다.
 
문제는 아동수당이 소득으로 나눠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김성은씨 사례처럼 오히려 받지 않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아동수당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택 가격이 높다고 알려진 지역일 수록 신청률이 저조한 특징을 보였다.
 
신청률이 낮은 순으로 보면 강남구(73.4%), 서초구(73.7%), 용산구(80.6%), 송파구(82.2%), 종로구(82.5%), 과천시(83.2%), 마포구(85.0%)등의 순이었고, 신청률이 높은 지역은 전북 장수군(99.3%), 전북 완주군(98.4%), 전남 곡성군(98.4%), 강원 삼척시(98.2%), 대구 달성군(98.1%) 등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아동수당을 100%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기 위한 행정비용이 과다하고 또 이러한 빈부를 판단하는 잘못된 문화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여당은 아동수당 100%지급을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만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동수당이 선별적인 복지 체계로 시행되면서 행정적인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입법취지에 따라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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