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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 공항 무사통과…검역 또 '구멍'
의심증상 폭넓게 볼 필요…이총리 "과잉대응해야
2018-09-09 18:31:59 2018-09-09 19:17:48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3년여만에 국내에 유입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강화된 보건당국의 대응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메르스 확진자인 A씨(61·남)는 귀국 전 설사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지만, 주요 증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검역 절차에서 무사통과됐다. 2015년 5월 메르스가 전국을 공포에 떨게 한 배경이 초기 대응 실패였다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검역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관련 국무총리 주재 긴급 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쿠웨이트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귀국한 A씨는 귀국 직후부터 설사 증상을 호소했다. 공항 검역소에도 10일전부터 설사 증상이 있었다고 신고했지만 체온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통제를 받지 않았다. 메르스 위험 증상으로 38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두통이나, 인후통,구토, 설사, 식욕부진 등의 소화기 증상도 명시돼 있다. 검역소는 이같은 증상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A씨가 귀국 당일 스스로 의료기관을 찾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시내를 활보했다면 격리 대상자가 수만명 이상이 됐을 수도 있다. A씨는 검역소에서 격리 등의 조치를 받지 않았지만, 설사 증상이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공항을 나와 부인과 함께 리무진형 개인택시를 타고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중간에는 병원에 연락해 자신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병원측은 바로 격리 병실을 준비할 수 있었다.
 
병원 측은 진료 뒤 폐렴 증상 등이 확인되자 A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보고 당일 오후 9시30분쯤 보건당국에 신고했고, 8일 새벽 0시30분쯤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공항 검역소가 A씨를 놓치면서 피해는 다른 국민들에게 전가됐다. 불가피하게 승무원(3명)과 공항근무자(2명), 항공기 승객(10명)에 그쳤을 밀접접촉자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4명), 택시기사, 가족, 휠체어 도우미까지 포함됐다. 이외 항공기 동승객 등 440명은 수동 감시 중으로, 만약 이 중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초기 미흡한 조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스스로 의료기관을 찾은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보건당국 관계자는 "당시 체온계 측정했었고 36.3도로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면서 '환자도 복용중인 약이 없는 등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말했고 국제 기준에서도 기타증상이 없는 설사는 의심증상으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장 검역관은 혹시 모르니 14일 이내에 두통이나 발열 등 메르스 증상있을때는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말고 질병관리번부 콜센터인 1339 또는 보건소로 연락하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확진자 사례를 보듯 보다 의심증상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초기대응이 잘되고 있다”면서 "2015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38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냈다는 결과 못지 않게 그 과정 또한 아픈 경험으로 남아있다"면서 "대응도 더뎌서 국민들 분통을 야기했고, 게다가 환자가 다녀갔거나 입원했던 병원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하게 관리해 국민들의 걱정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선제조치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15년의 경우에서 우리는 늑장대응 보다는 과잉대응이 더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메르스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세계적인 평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그러한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에 대한 설명이 중요하다"며 "그 환자가 타셨다는 택시운전수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쿠웨이트에 있는 환자 회사 가족들은 어떻게 됩니까? 등의 질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관계장관회의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일상생활중 국민들이 메르스에 감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진환자 및 의심환자의 역학상황 변동내역을 언론 및 국민소통채널을 통해 신속·정확·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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