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잘 만든 게임 하나가 회사의 운명을 바꾼다. 대규모 공장이 필요하지도, 임상을 위한 수십 년의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단숨에 글로벌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게임 개발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도 ‘먹히는’ 그런 게임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업체들이 지금도 게임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검은사막’으로 대박이 난
펄어비스(263750)는 큰 성공 사례로 손꼽힐 만 하다. 2010년 설립된 펄어비스는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검은사막을 2014년 12월 국내에 출시했고, 이후 해외 시장에 진출해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5년 5월 일본을 시작으로 10월에는 러시아, 2016년 3월 북미·유럽 등 100여개 국가에 서비스 중이다.
국내에서 검은사막을 처음 공개 시범 테스트(OBT) 할 당시 150만명의 회원가입과 PC방 점유율 PRG 1위를 기록했고, 최고 동시 접속자수는 10만명을 육박했다.
증권가에서는 펄어비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검은사막 모바일 캐릭터 모습. 사진/펄어비스 홈페이지
펄어비스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보다 해외 매출이 높다는 독특함 때문이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검은사막 온라인의 상반기 국내 매출액은 98억8200만원으로 100억원이 안되는데 반해 미주·유럽 지역에서는 241억원이며 일본, 대만, 태국 등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매출은 2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MMORPG의 장르 특성 때문이다. MMORPG는 진입장벽이 높지만 한번 상위권에 안착할 경우 매니아 유저를 확보할 수 있다. 추가적인 게임의 업데이트가 필요하겠지만 출시 이후부터는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아 높은 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회사의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44.33%, 36.86%를 나타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온라인을 모바일로도 출시하면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검은사막 IP(지적재산권)를 이용해 만든 ‘검은사막 모바일’은 뛰어난 그래픽은 물론 높은 게임성으로 주목 받았다. 검은사막 모바일 사전예약 인원은 500만명을 넘어섰고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에서만 매출 1244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에 66.10%를 차지했다.
검은사막 모바일 출시로 회사 매출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회사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241.2%, 147.1% 늘어난 1127억원, 548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뛰어 넘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검은사막 모바일의 온기 반영과 6월 업데이트를 통한 매출 상승이 주요 요인”이라며 “검은사막 모바일의 일평균 매출액은 9억원을 기록해 예상보다 견조했다”고 평가했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에서는 펄어비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했다. 견조한 실적으로 안정성을 증명했고 앞으로의 해외 진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29만원으로, 메리츠종금증권 30만원, 삼성증권은 35만원으로 높였다. 가장 높게 목표가를 제시한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흥행 가능성 높은 신작들의 출시로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2배 이상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모멘텀과 밸류에이션의 매력으로 업종 톱픽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만 시장에서 검은사막 모바일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김동희 연구원은 “검은사막 모바일이 오는 29일 대만과 홍콩, 마카오를 시작으로 해외 확장이 본격화 된다”며 “대만은 검은사막 PC 게임의 첫 해외 출시 국가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시작된 사전예약은 150만명을 돌파해 2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대만 인구 2300만명 가운데 10% 수준이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만 이후에는 동남아 지역과 북미 지역 콘솔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도 검은사막 모바일의 확장이 지속된다”며 “이어지는 모멘텀과 꾸준한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펄어비스 측은 “3분기에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지속적인 컨텐츠 업데이트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라며 “이 외에 일본과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IP 확보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펄어비스는 전거래일 보다 3.61%(8500원) 오른 24만4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작년 상장 공모가(10만3000원)를 137% 웃도는 가격이다. 시가총액은 3조원을 넘어서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8위에 안착해 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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