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 "안되는 산업도 살아나게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
ROTC 장교 출신으로 리더십 뛰어나…자동차 전문 분석가로 명성
"컨텐츠 만들어내고 현상을 깊이있게 분석할 줄 알아야"
입력 : 2018-08-10 08:00:00 수정 : 2018-08-10 08: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최근 큰 변화가 있었다. 퀀트애널리스트로 유명했던 조익재 센터장이 떠나고 고태봉 센터장이 부임한 것이다.
 
고 센터장은 IMF 이후 증권업계에 입성한 일명 ‘IMF 세대’다. 여의도 토박이기도 하다. 1975년에 여의도로 이사온 그는 여의도가 한국의 월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지켜봤다. ROTC 장교 출신으로 증권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데일리특집으로 썼던 한 리포트를 계기로 자동차전문 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명성을 날렸고, 이제는 센터장으로서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게 됐다.
 
고 센터장은 애널리스트들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선한 방향으로 이끌고, 리서치센터의 안정과 성장, 둘 다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깊이있는 분석과 전문성을 통해 구성원들이 다같이 성장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하이투자증권
 
-부임한지 벌써 1달반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2주동안은 주니어 애널리스트들과 계속 면담을 했다. 부임하자마자 든 생각이 조직에 안정을 줘야겠다는 것이었다. 머물러야 깊이가 생긴다는 말도 있지않나. 깊이가 있는 하우스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니어들이 머물러줘야 하고, 주니어들을 훌륭하게 키워서 조직에 안정을 줘야한다. 그래서 1년 동안은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권업계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IMF 당시 ROTC 장교로 있었다. 유학을 갈 생각이었는데 IMF가 터지면서 갈 수 없게 됐다. IMF 충격으로 3년 동안 회사마다 사람을 안 뽑았다. 그러다가 제일 처음 취업 공고가 나왔던 곳이 대우증권, 쌍용증권, 동원증권, 현대증권 등 증권사들이었다. 당시 저를 비롯한 ROTC 출신들이 취직 자리가 없다 보니 대거 증권사로 입사했다. 당시 운 좋게도 리서치쪽에서 인력을 충원했고, 약 3개월의 인턴생활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증권사에 들어오게 됐다. 중위로 제대한 사람이 물통도 나르고, 전광판도 켜고 하는 모습을 좋게 본 것 같다. 인턴시절 제 기억으로는 기업공개(IPO)가 많아서 고객들을 줄 세우고 하는 일을 많이 했다. 장교 출신이다 보니 이런 부분도 능숙했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명성있는 애널리스트가 ROTC 장교 출신이라니 의외다.
학창시절부터 브리핑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반장, 전교회장을 맡았다. ROTC 교육을 받을 때도 명예위원장을 맡아 ROTC 220명을 지휘했다. 임관할 때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군 생활도 보람이 있었다. 오뚜기 부대라고 행군을 많이 하는 곳이었다. 부대원들과 동고동락하고 군인으로 동기부여도 해가면서 부대끼다보니 2년 동안 최우수 소대로 선정되고 상도 많이 받았다. 군 생활을 아주 재미있게 보냈고, 아직까지도 그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있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힘든 시기도 많았을 것 같다.
힘들지 않은 시기가 별로 없었다. 왜냐면 사실 주식이란 게 방향성이 하나다. 주식이 올라가지 않으면 애널리스트가 할 이야기가 없다. 자신이 맡은 섹터가 하락 곡선을 계속 그리고 있으면 할 일이 없다. 예를 들어 통신주는 준조세형 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줄곧 하락 곡선이다. 4세대, 5세대통신 이렇게 바뀔때만 움직인다. 이런 섹터들은 애널리스트 일을 유지하기 힘들다.
 
내가 맡았던 자동차도 지난 5년간 계속 우하향하다보니 힘들었다. 현대차의 경우 시가총액 2위 하다가 7위까지 밀리기도 했다. 야금야금 시총이 빠졌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희망을 가졌던 애널리스트도 지쳤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커버하는 섹터가 장기적으로 안될 때, "내 정체성이 뭐냐, 나의 가치가 있는거냐?"라는 고민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저는 이런 힘든 시기에는 공부를 했다. 예를 들어 제가 맡은 산업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공부했다.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해 연구했다. 그렇게 공부한 뒤에는 매수, 매도를 앞세우기 보다 어떠한 이슈가 있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알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국가경영전략연구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하이투자증권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찼던 기억이 있다면?
자동차를 맡게된 계기가 됐던 리포트가 기억난다. 대우자동차가 GM으로 가는지 포드로 가야하는지결정되지 않았던 시점이다. 전략부에서 데일리라고 해서 순번을 정해 데스크분석 코너를 썼는데 제가 그때 GM으로 갈 것이냐, 포드로 갈 것이냐를 쓴 적이 있다. 그것이 언론에 대서특필 됐다. 당시 기업분석부에서 자동차를 하고 계시던 선배가 부장으로 올라가면서 저를 추천해 현재의 섹터를 맡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8년 IBK투자증권에서 썼던 리포트다. 당시 자동차산업이 바닥을 치던 상태였다. 기아자동차가 부채비율이 높아 파산설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이후 글로벌 확장 국면이었고, 국제유가는 150달러, 환율은 1600원이었다. 그래서 연비가 굉장히 좋은 소형, 중형차에 대한 니즈가 폭발할 시기였다. 그래서 ‘준비된 전쟁, 피난갈 때가 아니다!’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후 6000원이었던 기아차 주가가 8만4000원까지 갔었는데, 그때 용기를 냈던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것 같다.
 
-현재 자동차·타이어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는 주니어에 넘길 예정이다. 예전처럼 내가 다하고 부원들에게 "이것만 해"라고 할 수는 없다. 후배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저는 4차 산업혁명이나 미래산업에 대한 것을 공부하고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지배구조도 이슈이고, 미래 활로에 대한 질문도 많이 들어온다. 그런 문제를 돕고 싶다. 제 모토가 '선한 영역을 이끄는 사람'이다.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선한 영역이 무엇일까 고민해봤는데, 안되는 인더스트리(산업)가 살아나게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선한 영역인 것 같다. 그래서 기업에 쓴 소리도 하고 강의도 많이 나가고 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매크로 분야에서 깊이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다. 센터장으로서 미래기술에 대한 포커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리서치센터에 안정과 성장을 주는 것이 목표다. 하이투자증권은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깊이 있는 하우스로 인지된다. 모든 섹터가 깊이를 가지고 있다. 지금 있는 팀원들이 성장하도록 이끌어가는 게 제 목표다. 기존 팀원들을 강화해 안정성을 키우고 새롭게 들어온 사람들을 통해 성장을 강화하겠다. 이를 위해 브레인 스토밍도 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현재의 증시상황과 전망을 듣고 싶다.
미국은 그동안 부채를 수출하는 국가였다. 수출 1위 품목이 국채였고 적자를 내주며 소비를 만들어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적자는 못 보겠다고 나온 것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이다. 문제는 한국이 G2들과 연관이 많은 나라라는 것이다. 대미 수출 1위가 완성차, 대중 수출 1위는 반도체다. 그러다 보니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증시가 US와 Not US로 나뉘었고, 한국은 친 중국계에 속하면서 미국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G2의 영향이 없는 내수주, 통신주, 유틸리티, 제약·바이오 등 방어주들이 올라야 하는데 각각의 개별 이슈들 때문에 주가 사정이 안 좋았다.
 
이렇다 보니 증시 전망도 어렵다.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 손이 안 나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IT의 전망은 어둡고, 가계부채 문제나 소득으로 인해 소비로 연결되는 부분이 약해 내수시장도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고, 금리는 주가와 역외상관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만 드리고 싶다.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애널리스트는 생각보다 좋은 직업이다. 힘이 들고 갈길이 많은 것 같지만, 인문계가 만드는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컨텐츠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 작곡 등의 개념이 아니라 산업에 대한 컨텐츠를 말하는 것이다. 이 컨텐츠는 계속해서 필요하다. 또 최근 강연 비즈니스도 커지고 있는데, 애널리스트는 강연이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직업이다. 컨텐츠를 만드는 힘, 현상을 분석하는 능력, 설득하는 방법 등을 배우는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한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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