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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대통령님 우리도 '워라밸'"
택배연대노조, 택배기사 손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
2018-06-20 15:25:40 2018-06-20 16:46:32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택배기사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노동시간을 단축해 만성피로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간청이다.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는 20일 오후 택배기사가 직접 쓴 편지를 모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경북 경주의 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고된 분류작업과 배송으로 많이 힘들다"며 "대통령이 근로조건과 환경을 개선해 주십시오"라고 편지에 적었다. 편지는 경주를 비롯해 경남 창원, 경기도 여주·수원 등 전국 각지에서 작성됐다.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택배기사가 배송차량에 물건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은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노동자로 사업자 신분이다. 임금 대신, 택배비의 일부를 떼 운송수수료를 받는다. 올해 한국교통연구원의 조사 결과, 한 박스를 배달했을 때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654원(2500원 기준)이다. 택배 운송의 대부분을 맡고 있지만, 수입은 26%가량에 불과하다. 게다가 택배업체가 난립하면서 운송수수료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업계평균 택배비(2300원) 기준으로 택배기사에게 배송수수료 건당 925원과 집하수수료 336원을 지급하고 있다.
 
택배기사는 월 평균 243만원을 번다. 이를 토대로 산정하면, 월 평균 3700여건을 배송하는 셈이다. 주 1회 쉬면 하루 평균 142건을 배송한다. 수입을 높이려면,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조는 운송수수료를 높이든가, 택배 분류작업을 담당 직원에게 맡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할 경우 임금을 지급하라는 입장이다. 택배업체는 운송수수료에 택배 분류 및 운송료가 포함돼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도 업체 손을 들어줬다.  
 
노조는 택배시장 1위인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가 택배기사들의 편지를 모아 청와대에 전달한 이유다. 지난달 노조는 배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노조 관계자는 "장시간 노동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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