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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채프만 캐나다 중앙은행 실장 "암호화폐, 금융시스템 변화 이끌 것…국제공조 필요"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개최…금융시장 안정성 제고 방안 논의
2018-06-14 14:23:07 2018-06-14 14:23:07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암호화폐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변화를 이끌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 블록체인 산업의 실효성을 높이고, 암호화폐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세계 주요 20개국(G20)의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임스 채프만 캐나다 중앙은행 선임연구실장이 14일 'G20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DI
 
제임스 채프만(James Chapman) 캐나다 중앙은행 자본·은행연구실 선임연구실장은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재부·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열린 ‘2018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 참석해 “‘암호화 자산(crypto asset)’은 금융시장에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으로 작용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암호화 자산은 암호화폐나 디지털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의 통화를 의미한다. 이번 발표는 내달 G20재무장관회의에서 암호화폐 제도화 여부에 대한 국제 논의가 예정된 가운데 나온 것으로 암호화폐의 기반기술과 상용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현재 캐나다 중앙은행은 제스퍼(Jasper) 프로젝트를 통해 블록체인과 암호화 자산의 실제 이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제임스 채프만 실장은 “제스퍼는 캐나다 경제·금융 인프라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로, 디지털화폐를 이해하기 위해 시중은행, 블록체인 업체 등 민간 부문과 핀테크 컨소시엄을 통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분산원장기술(DLT·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중앙화 했을 때 장점과 디지털 화폐 발행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화폐는 높은 회복력(resilience)를 갖고 있고, 정보의 비대칭성도 해소한다”면서 “은행의 백오피스(Back-office)도 간소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채프만 실장은 다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이 기존에 나온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 신뢰성과 관리 통제, 투명성 측면에서 디지털화폐로서의 부족한 점이 있다”며 “전력 소비 문제와 유동성 보장 등의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꼽았다.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의 경우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데다 완전한 투명성으로 인해 참여자들이 서로의 거래를 보는 등 비밀 보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제의 최종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기존 중앙은행 시스템보다 비용 절감효과가 크지 않은 상태로 해킹 등 운영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투명성의 정도에 대한 충분히 이해한 후 구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현재 3단계에 접어든 제스퍼는 TMX(증권예탁원), R3 등과 기술검증(PoC)을 하고 있다”며 “제스퍼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토큰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서로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활용 사례(use case)를 바탕으로 중앙화와 탈중앙화 간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중앙은행 간 디지털통화 교환도 추진 중이다.
 
제임스 채프만 실장은 “서로 다른 디지털통화를 가진 중앙은행이 교환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 지 살펴보기 위해 싱가포르 통화당국과 협력을 진행 중”이라며 “분산시스템이 사용화된다면 외부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공조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각국의 규제차이로 차익 거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국경 간 자본 이동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 차원에서 함께 규제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유다.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을 중심으로 국제 공조시스템이 강화되며 세계경제는 회복세로 전환됐다”면서도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 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으로 남아 있고 향후 새로운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 차관보는 특히 “초연결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금융’도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암호화자산 등 디지털 경제 시대의 도래는 금융시스템의 변화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획기적인 금융서비스의 등장은 금융시스템의 포용성과 효율성 제고 등에 있어 매력적인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소비자 보호나 조세 회피, 범죄 악용 가능성 등 금융안정성과 관련한 도전과제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반 위험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기반기술을 기회의 요인으로 활용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 금융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인 위험요인들을 살피고,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밖에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금융시장의 위험요인 중 하나로 제대로 된 규제가 없는 암호화자산을 꼽으며 “금융시장의 새로운 도전을 맞아 어젠다를 확대하고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높이기 위한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는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버클리대 교수와 스베인 안드레센 (Svein Andresen) 전 금융안정위원회(FSB) 사무총장, 페트야 코에바 브룩스(Petya Koeva Brookws) IMF 부국장,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실장 등이 참석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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