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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지는 담배 경고그림…거세지는 반발
정부, 흡연율 낮추기 안간힘…업계 "의견수렴·소통 없다" 반발
2018-05-20 13:31:38 2018-05-20 13:31:3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국민 건강과 흡연율 감소를 위해 담배 경고그림과 문구를 한층 더 강화하는 칼을 빼들자 담배 업계 및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을 부착하기로 하면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담배 규제를 둘러싼 보건당국과 업계·흡연자 등의 줄다리기가 팽팽해진 모습이다.
 
2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오는 12월23일부터 담뱃갑에 들어가는 흡연 경고그림과 문구가 전면 교체된다. 기존 궐련형 담배에 부착하던 경고그림 10종은 치아 변색 사례를 추가하는 등 수위를 한층 더 높였으며, 아이코스·글로·릴 등 궐련형과 액상형 전자담배에 암 유발 사진이 의무적으로 부착된다.
 
보건당국이 이처럼 경고그림을 교체하는 것은 동일한 경고그림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흡연자에게 익숙함과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도 경고그림을 주기적으로 수정·보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세당국과 보건당국이 그동안 담뱃세 인상,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등 규제의 칼을 빼들었지만, 전자담배 인기 등으로 흡연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칼날도 매서워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국내 첫선을 보인 궐련형 전자담배는 출시 11개월 만인 올해 3월 현재까지 1억6300갑이나 판매됐고, 월별 판매량으로 보면 상승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유지되면 오는 2020년까지 국내 남성 흡연율을 30% 밑으로 낮추려는 정부의 목표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규제에 업계·흡연자 등의 반발은 거세다. 이들은 이번 규제가 업계와의 논의가 전혀 없었고 행정절차법에서 보장된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도 생략했으며, 담배 소매인과 흡연자와의 소통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국담배협회는 "비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 비합리적인 정책 결정으로 과잉 규제"라며 "업계와의 소통이나 의견이 반영되는 과정이 모두 차단된 채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한국담배판매인회도 "전국 12만 담배 판매인들은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2차 경고그림 시안'에 반대하며,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판매인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끔찍하고 더 혐오스러운 경고그림 도입은 담배 판매인에 대한 시각적·정신적 폭력이며, 판매인들의 생계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흡연자들의 반대 목소리도 크다. 지난 14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담뱃세 이어 경고그림까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다시 일반담배로 돌아가는 사태 막아주세요'라는 국민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청원 글에는 "작년 담뱃세 인상에 이어 경고그림까지,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로서 죄인이라도 된 것 같다"며 "흡연자들한테 세금만 왕창 걷어놓고 금연사업과 캠페인에 고작 1475억원 사용했다고 하는데 금연 캠페인은 뒷전,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담배 경고그림·문구의 전면 교체를 밝히고, 새롭게 부착할 경고그림·문구 12개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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