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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문재인-홍준표, 도대체 왜 만났나
2018-04-16 06:00:00 2018-04-16 06:00:00
지난 13일 오후, 갑자기 큰 뉴스가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단독 회담을 진행 중이라는 것.
 
통상적으로 봐도 대통령과 1야당 대표의 회동은 중요한 소식인데다가 현 정부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개헌, 남북관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 등 곳곳에 지뢰가 깔려있는 상황 속인지라 관심도는 더 커졌다. 사전 예고도 없었고 두 사람 모두 각각 한 명씩만 배석시켜놓고 한 시간 반 정도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궁금증과 기대감은 더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양측의 발표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홍 대표는 ▲단계적 북핵폐기 불가·일괄 핵폐기 ▲한미동맹 강화 ▲청와대발 개헌안 철회 ▲김기식 금감원장 임명 철회 ▲정치보복 중단 ▲지방선거 중립 ▲홍장표 경제수석 해임 등 7개 사항을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추경안 처리를 당부했을 뿐 나머지 사안에 대해선 듣기만 했다고 한다.
 
공개하지 않은 내용들이 있는 진 모르겠지만 만약 발표가 다라면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는 회동이다.
 
물론 대통령을 향해서 “무조건 국회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 미국 대통령처럼 야당 인사들을 설득도 하고 읍소도 해야 한다. 당장은 답이 안 나와도 많이 만나라”는 주문이 쏟아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중차대한 시점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한과 책임이 강한 두 사람이 만난 이후 국민들에게 “조목 조목 할 말은 다 했다”(한국당), “특별한 답은 하지 않았지만 경청했다”(청와대)라고 밖에 말 못하는 것은 허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청와대 이야기대로, 남북 정상회담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 야당 중에서도 가장 비판적인 한국당 대표와 소통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건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이 정도 결과물 내놓으려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야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비공개로 만나자”고 제안했다?
 
생각해보면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긴 했다.
 
최근 청와대는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과거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인사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때나 정책적 대립이 있을 때 청와대가 늘 강조한 것은 ‘국민의 여론’이었다. 그리고 국민 여론을 근거로 대체로 상황을 돌파했다. 그런데 김기식 원장 사태에 국민 여론이 좋지 않으니 ‘국회의원 평균’, ‘선관위 질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잣대를 만들어 들고 나섰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돌아서서 전선이 ‘범여vs범야’가 아니라 ‘여당vs모든 야당’으로 형성됐다. 게다가 ‘국회의원 해외 출장 전수조사’ 등의 카드에 대해선 여당 내에서도 뜨악한 반응이 많았다.
 
홍준표 대표 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줄곧 ‘일대일로 만나자’고 청와대에 제안했건만 제대로된 거절조차 들은 적이 없었다. 일반 여론은 물론 당내 분위기도 싸늘해진지 오래고 여당 의원들만 뒤에서 ‘홍준표 파이팅’을 외치는 형국이었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 장악력이 늘어나기는커녕 거부감만 더 강해졌다. 김기식 원장 건으로 오랜만에 공세다운 공세를 펼치고 있긴 하지만 그 주역은 김성태 원내대표일 뿐. 지금은 좀 더 밀어붙일 때 아닌가 싶지만 청와대에서 갑자기 둘이서 보자는 연락이 오다니!
 
이런 상황에서 만났더라도, 아니 이런 상황에서 만났기 때문에 뭔가 만들어 냈어야 한다. 하나마나한 합의문이나 공감대 형성 발표 그것도 아니라면 “두 사람은 앞으로 자주 만나 국정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는 대변인 브리핑이라도.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격론’조차 없었다니. 그렇다면 남긴 건 딱 하나다. “왜 좀 자주 대화 안 하냐”는 압박성 질문에 “그 때 만나지 않았냐”고 대답할 근거 만들어놓은 것.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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