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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테슬라는 전기차 혁명을 완수할 수 있을까
2018-04-09 08:00:00 2018-04-09 08:00:00
4월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만우절만 되면 소방서나 경찰서에 가짜신고가 폭주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기원을 쫓아가 보면 가벼운 거짓말로 주변 사람들과 장난치면서 단조로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여유를 가지라는 것이 만우절이 생긴 이유인 듯하다. 만우절을 즐기는 풍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데 서양에서는 April fools’ day라고 부른다.
 
올해 만우절에는 미국의 한 CEO가 자신의 SNS에 올린 거짓말이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회자되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로 유명한 테슬라(Tesla)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만우절을 맞아 자신의 SNS에 테슬라가 파산했으며 자신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사진을 게재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었으며 머스크가 자신의 지인들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과장된 만우절 유머였다. 그런데 머스크의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농담에 유쾌하게 웃을 수 없었다. 테슬라가 파산했다는 만우절 농담을 그저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테슬라가 처한 경영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기업공시를 통해 나타나는 테슬라의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테슬라의 자금사정은 분명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0년간 연간단위로 한번도 순이익을 낸 적이 없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분기별로 보면 일시적으로 순이익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2013년 1분기와 2016년 3분기 단 두 번뿐이며, 순이익의 규모도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2013년 이후로 손실의 폭이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 7000만달러 수준이던 순손실은 2014년 2억9000만달러, 2015년 8억9000만달러, 2017년에는 19억6000만달러로 급증했다. 2017년 순손실 규모를 현재 환율을 이용해 원화로 환산할 경우 2.1조원이며, 지난 9년간의 누적 순손실 규모는 원화기준으로 무려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Moody’s)가 테슬라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B2에서 B3로 강등시킨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으며, 미국의 월스트리트 금융가는 테슬라가 결국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이 제기하는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올해 안에 파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여기에는 테슬라의 주력품종인 모델3의 생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가정이 필요하다. 반면 테슬라가 파산한다면 전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특히 기술벤처기업이었던 테슬라의 대규모 자금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주식시장은 상당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다.
 
사실 성장성에 대한 믿음 하나로 적자투성이 기업인 테슬라를 정규 거래소시장에 상장시키는 나스닥(Nasdaq)의 과감함에 글로벌 주식시장은 큰 자극을 받았다. 신산업 육성에 있어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글로벌 주식시장은 경쟁적으로 상장기준을 완화해 기술력있는 벤처기업의 증시 입성을 장려했다.
 
그런데 기술벤처기업의 상징적 존재인 테슬라가 위기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지구온난화 가스를 양산하는 석유중심의 자동차산업에 전기차 혁명을 일으켰던 벤처공룡이 혁명의 완수를 눈앞에 두고 제구력 난조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테슬라의 파산위험이 아니라 테슬라에 대한 우려가 상장기준과 기업평가를 지나치게 보수화시켜서 전체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고착화되어 가는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위하여 미래의 성장엔진을 육성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우리경제가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한두번 실패가 있더라도 주식시장의 벤처기업 자금공급 기능을 일관성있게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자동차 혁명은 이제 자동차산업 발전의 대세로 떠올랐다. 테슬라의 파산여부에 상관없이 우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에 전기자동차를 타고 출퇴근을 할 것이며, 여행도 다닐 것이다. 전세계의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가솔린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자동차를 양산할 것이다. 이것이 테슬라가 앞당긴 자동차산업의 미래이며, 비록 어려움에 비틀거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보인 행보만으로도 이 벤처공룡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이유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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